올해 1월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18.8%), 개혁보수신당(가칭) 김무성 의원(16.8%),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13.2%), 박원순 서울시장(9.1%)의 순이었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12월 마지막 여론조사에선 반 총장(24.5%), 문 전 대표(22.8%), 이 시장(10.9%), 안 전 대표(7.4%) 순으로 대선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 해 동안 새누리당 공천 파동과 4·13총선에 따른 여소야대 구도, 촛불집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등 대형 정치 이슈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대선주자들의 희비가 엇갈린 것이다. ○ 폭등도, 폭락도 없었던 潘-文
6월부터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된 반 총장은 화려하게 데뷔했다. 23.2%를 기록해 단번에 문 전 대표(21.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반기문 바람’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 총장은 11월(18.9%)을 제외하면 줄곧 20%대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했다.
문 전 대표도 1년 동안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였다. 1월부터 5월까지 1위를 지켰던 문 전 대표는 6월부터는 반 총장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문 전 대표는 한 해 동안 2위 밖으로 단 한 번도 밀려나지 않았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4월에는 25.2%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탄핵 국면에서 당 지지율이 40%를 넘어선 것과 달리 문 전 대표는 뚜렷한 확장세를 보이진 못했다.
야권 관계자는 “반 총장과 문 전 대표가 20%대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지지층이 있다는 의미”라며 “두 사람이 개헌과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를 두고 상반된 길을 택한 게 내년 여론조사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개헌에 따른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 수용 의사를 밝힌 반면 문 전 대표는 “(임기) 5년도 짧다”며 분명한 대립각을 세웠다.
○ 롤러코스터 탄 李-安
이 시장과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등락 폭이 컸다. 9월까지 5%를 넘지 못한 이 시장의 지지율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촛불 민심을 타고 11월 14.7%까지 치솟았다. 한때는 문 전 대표와 반 총장과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탄핵 정국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이 시장의 지지율은 다소 빠지는 추세다. 민주당 관계자는 “촛불 정국의 최대 수혜자인 이 시장이 앞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면 ‘거침없는 화법’ 외에 뭔가 새로운 카드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1년간 크게 요동쳤다.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도 급상승했다. 3월 9.6%였던 지지율은 4월 19.1%까지 뛰어올랐다. 그러나 6월 반 총장이 여론조사에 포함되자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많은 중도층이 반 총장에게로 옮겨 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마의 10% 벽’을 넘지 못하고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개혁보수신당(가칭)의 유승민 의원도 여론조사에선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천 배제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3월에 기록한 6.1%가 가장 높은 수치였다. 두 사람 모두 전면에 나설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 2017년의 변곡점은?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가장 임박한 변수는 내년 1월 15일 전후로 예정된 반 총장의 귀국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반 총장의 귀국이 1월 말 설 민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설 연휴가 끝난 뒤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의 가늠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또 국정 농단 사건의 특검 수사 결과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등도 대선 지형을 뒤흔들 외부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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