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정치 대통합, 경제-사회 대타협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1일 03시 00분


美서 정진석 만나 대선 화두 제시… 귀국후 독자행보→대통합 의지 밝혀

 내년 1월 중순 귀국을 앞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정치적 대통합’과 ‘경제·사회적 대타협’을 차기 대선의 화두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부여-청양)과 1시간 동안 면담한 자리에서다.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의원 등 새누리당 충북 의원들과 만나 개헌 의지를 밝힌 지 1주일 만이다.

 반 총장은 이날 “여러 가지로 나라가 어렵다. 나라가 위기면 청년,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제일 어려운 것 아니냐”라며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정 의원이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반 총장은 이어 “정치적으로 대통합을 이뤄야 하고 경제·사회적으로 대타협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날 “(귀국 후 대선 행보에 대한) 그런 얘기는 없었다”라며 “(면담 중에도) 계속 전화가 오고 (임기) 마지막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더라”라고 전했다.

 반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차기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앞서 제시한 ‘포용적 리더십’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치적 대통합과 경제·사회적 대타협을 주요 화두로 내세우면서 귀국 후에 독자 세력화를 모색하다 보수-중도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반 총장 임기 10년 동안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국내 정치 무대에서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최근 충청권 의원들을 잇달아 만난 것과 관련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충청권 의원은 “반 총장은 ‘국민 후보’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충청 의원들은 물밑에서 돕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반 총장이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 측의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 최인호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의 주식, 도박처럼 검증이 안 된 사람”이라고 반 총장을 비판했다. 이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직접 의혹을 해명하고 검찰 조사를 자청하는 것이 정도”라며 공세를 이어 갔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정진석#반기문#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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