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박근혜 대통령과 출입기자단의 신년 인사회는 사전 예고 없이 갑자기 이뤄졌다. 네이비색 코트와 흰색 상의를 입은 박 대통령은 다소 수척해 보였지만 담담한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마당의 나무를 가리키며 “어릴 때 나무에 그네를 묶어서 놀려고 하다가 부친(박정희 전 대통령)이 ‘나무 상한다’고 해서 못 한 기억이 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상춘재 안으로 들어간 박 대통령은 먼저 “국민들에게 미안한 생각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며 “요즘은 미소 지을 일조차도 별로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 내용,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작심한 듯 조목조목 반박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정밀한 법률적 검토 아래 반격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세월호 7시간 의혹에 “어이가 없다”
박 대통령은 먼저 “보도라든가 소문, 얘기 나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허위가 남발이 되고 종을 잡을 수가 없게 됐다”며 “오해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오보가 재생산되니까 마음이 답답하고 무겁다”고 했다.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꼽았다. 박 대통령은 “‘참사가 벌어졌는데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는 얼굴이 붉어질 얘기가 사실처럼 돌아다니다 꼬리를 감추더니 ‘굿을 했다’고 한참 기정사실이 돼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당일 미용시술 의혹에도 “전혀 안 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참사가 터졌다’ 하는 것을 보고받으며 계속 체크를 했다”고 강조했다. ‘관저에 외부 인사가 들어왔느냐’는 질문에는 “머리 좀 만져주기 위해서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의료용 가글) 들고 온 것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당일 관저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선 “일정이 없어서 밀렸던 보고서라든가 결정해야 될 것을 챙겼다”고 설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이 늦었다는 지적에는 “경호하는 데 필수시간이 필요하고 중대본에서도 상황이 생겨서 확 떠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 최순실과 공모? 전면 부인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가 사익을 챙기도록 공모했거나 최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공모라든가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민들, 증권사 할 것 없이 삼성 같은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아서 이런 것(합병)이 무산되면 국가적·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으로서 국민연금공단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이 회사를 도와주라 그렇게 지시한 적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검의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검팀은 삼성 일부 임원에게서 “박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이 수차례 만났고,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 씨의 승마나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사업을 지원해 줄 것을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통령의 요구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이후 최 씨 측이 요구한 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최 씨의 부탁을 받고 KD코퍼레이션의 납품을 도왔다’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최 씨와 KD코퍼레이션 측이) 아는 사이였다는 것을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내가 누구를 알아도 그 사람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부탁하는 것은 절대 금기”라고 잘라 말했다. 또 차은택 씨가 ‘최 씨에게 추천한 인사가 장관과 수석으로 임명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 추천받았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검증하고 세평도 알아보고 선택하는 것이지 누구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 야당 “후안무치” 반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궤변과 후안무치로 일관한 기자단 신년 인사회였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도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했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후안무치의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개혁보수신당(가칭) 장제원 대변인은 “무척 실망스럽고 참 부적절한 간담회였다. 국민적 저항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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