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1일 덴마크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으로 우리 사회의 반칙과 불공정의 상징이 돼버린 정 씨가 국내에 들어오면 국정 문건이 담긴 태블릿PC의 소유 및 사용자, 삼성의 승마 지원 등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된다. 특히 최순실을 압박해 입을 열게 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 씨는 ‘돈이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페이스북 글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켜 촛불을 키움으로써 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왔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1일 기자들과의 신년 간담회에서 일방적이고 자기방어에 급급한 해명으로 국민을 또 실망시켰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 의한 국정 농단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복지나 안보외교 경제 정책 이런 모든 것이 (참모들과) 의논을 해서 하는 것이지만 저 나름대로 좋은 생각도 나고, 또 좋은 아이디어도 얻게 되면서 외교 부분, 안보 부분 모든 것을 발전시켜 왔다”고 말했다. 비선으로부터 외교안보 관련 아이디어도 얻어 왔음을 시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 씨를 ‘키친 캐비닛’으로 알고 아무런 죄의식을 갖지 않지만 대통령의 직무를 민간인에게 맡긴 것은 대통령을 선출해 국정을 맡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에 기업들이 공감을 해서 동참을 해준 것인데 압수수색까지 받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 기업인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이 자발적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청문회에 출석한 기업 총수들의 증언과도 배치된다. 기업 총수들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며 한결같이 압박감을 느꼈고, 다만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탄핵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이 기자들을 불러 일방적 해명을 쏟아낸 것부터가 적절하지 않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이자 동정 여론을 확산시켜 지지자를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행보다. 대통령과 최순실이 모든 의혹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만큼 특검은 하루빨리 정 씨를 귀국시켜 이화여대 입학 특혜를 비롯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를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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