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쥐뿔도 잘 모르는 사람이 보좌관 말도 안 듣고 자기 멋대로 설쳐대 흔들면 다 망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직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전 전 대통령은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채널A 기자와 만나 “인간관계라는 게 부부간에 살면서 싸우면서 좋은 게 많이 나오는 법인데, 자기 혼자서 어떻게 하겠느냐”며 “시기에 맞는 지도자가 나와야 국민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지금은 (나라가)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결혼도 안 해보고 애도 안 낳아 신통치 않다”고도 했다.
차기 대통령 자질에 대해선 “경제를 잘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며 “그동안은 남북관계가 심각해서 안보 위주로 생각했는데 경제가 잘돼야 무기도 사고, 폭탄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좋은 경제 참모들, 장관들을 잘 모시고 적재적소에 좋은 사람들 잘 써야 한다”며 “나는 경제를 잘 모르는데 사공일(전 경제수석비서관) 같은 사람이 잘 받쳐줘서 안 까먹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우리나라 여자들 머리가 좋다”며 “박근혜(대통령)도 아주 똑똑하고 잘하는데 혼자 사니까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라고 했다. 자신은 참모와 아내의 조언을 들으며 통치를 했는데 박 대통령은 독신인 데다 최순실 씨 같은 비선의 말을 듣다가 경제를 비롯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당시 국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방송을 통해 신년 인사회를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인연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전 대통령은 당시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되면서 박정희 대통령 딸인 박 대통령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10·26사태’ 직후 전 전 대통령은 청와대 금고에서 발견한 6억 원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전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부를 부정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서거 직후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은 전 전 대통령은 최 씨의 부친 최태민 목사를 조사해 군부대로 격리시키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직후부터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강하게 추진했다.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전 전 대통령 측은 추징금 자진 납부 의사를 밝히며 두 손을 들었다.
한편 이순자 씨는 ‘전두환 회고록’ 출간과 관련해 대통령 관련 내용 3권과 본인 관련 내용 1권 등 총 4권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잘했다, 못했다 변명하려는 게 아니고 솔직한 그때의 얘기를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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