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오후 덴마크 북부 도시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다비드 헬프렌 검사의 신문을 받는 도중 한국 기자들과 만난 정유라 씨(21)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듯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원과 독일 내 페이퍼컴퍼니, 이화여대 입학 및 학점 비리 등에 대해 당황하지 않고 “엄마가 다 했다. 나는 모른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해 답변 준비가 잘된 상태라는 느낌을 풍겼다. 10분 휴정 시간에 기자들이 다가가 질문하자 “인터뷰를 하겠다”라며 여러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다.
정 씨는 삼성과의 계약 과정에 대해 “엄마가 계약서를 들고 와서 서명하라고 해서 나는 서명만 했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 씨는 “중요한 내용은 포스트잇으로 가리고 여기 여기에 사인만 하라고 했다. 2, 3개 서류에 사인했다. 돈이 어디서 나오고 나갔는지는 엄마와 (승마 코치인) 크리스티안 캄플라데만 안다”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재학 시절 학사 비리에 대해서도 “엄마가 부정한 방법으로 내가 원하지도 않은 학점을 받아 왔다”라고 말했다.
“2015년에 임신을 해서 학교에 못 가 F학점을 받았다. 2016년에도 계속 못 나가 F를 받고 당연히 제적될 줄 알았다. 나는 아웃(제적)당하고 싶었다. 2016년에 처음으로 최경희 총장과 류철균 교수를 만났다. 나는 먼저 나왔고 엄마는 조금 더 있다가 나왔다. 아웃될 걸로 생각했는데 학점이 나왔다.”
정 씨는 또 어머니 최 씨와 갈등이 많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반면 19개월 된 자식에 대해서는 엄청난 애정을 표시했다. 유럽 등 선진국 법원이 아동의 양육받을 권리를 중시한다는 점을 활용해 구속을 면해 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지금 아이는 어디 있나”라는 검사의 질문에 “아이는 지금 집 안에 있다”라고 말한 뒤 “엄마(최 씨)는 감옥에 있고, 엄마 아빠(정윤회 씨)는 이혼하고, 나도 이혼하고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라며 흐느꼈다. 이어 검사에게 여러 차례 “아이만 함께 있게 해 달라”라고 말했고 기자들에게도 “경찰이 내 아이와 머물게 해 주면 내일이라도 귀국하겠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이모로 부른다’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는 “박 대통령을 뵌 적은 있지만 아버지가 (박 대통령 비서실장격으로 있던 2000년 초반) 일할 때였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때다”라고 말했다.
1일 오후 8시 체포된 뒤 처음 열린 이날 심리는 당초 30분이면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 차례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정 씨는 석방을 요청했지만 올보르 법원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4주 구금 결정을 했다. 정 씨는 최장 30일 오후 9시까지 올보르 시내 구치소 독방에서 구금 생활을 해야 한다. 기자들과 대화하던 그는 재판이 재개되면서 “잠시 후에 계속해야겠네요”라고 말했지만 구금 연장이 결정되자 울면서 끌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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