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3일 당 공식 조직인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으로 발칵 뒤집혔다. 비문(비문재인) 진영은 “개헌 논의를 뭉개려는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속내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 연구원 해명에도 개헌파 격앙
문제의 보고서가 문재인 전 대표 측에 편향됐다는 지적에 대해 연구원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 입장에서 쓴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문제에 지도부가 참고할 수 있는 자료와 배경 등을 모아서 드리는 게 좋겠다고 해서 작성했다”며 “지도부용 보고서로 만들어 당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5명의 대선 후보 측에 지난해 12월 30일 보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와 문 전 대표 측에는 인편으로, 나머지 대선 주자에게는 e메일로 전달됐다고 했다. 보고서에 개헌의 특정 방향을 적시한 것은 “스탠스(태도)를 제안하는 글이라 다소 방향성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명을 내놨다.
김 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날 당내 개헌파 의원들은 부글부글 끓었다. 비문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보고서에 문 전 대표는 10차례나 언급되지만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 번,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두 번 언급된 게 전부고, 문 전 대표에 대한 조언만 있는데 왜 편향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초선 의원도 “김 원장은 ‘친문 인사들만 본 게 아니다’고 하지만 지도부가 친문 일색인 것을 보면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후보들에게 친전도 아니고 e메일로 보낸 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 시장과 안 지사 측은 “파악해 보니 e메일로 보고서가 와 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대선 주자 측 관계자는 “2일 밤부터 일부 친문 인사들이 ‘보고서가 있는데 보내줘도 되겠느냐’고 타진해 왔다”며 “김 원장의 해명과 달리 당 지도부 외에도 보고서를 본 사람이 있다는 정황”이라고 말했다.
○ 秋 “유감”에도 반발 지속
이날 40여 명의 의원이 이 문제를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했다. 김성수, 박용진 의원 등 초선 의원 20명은 성명을 내고 “특정인을 당의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추 대표에게 진상 조사와 함께 관련자 문책,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의 친문 성향과 당내 패권주의를 겨냥한 성명도 나왔다. 강창일, 노웅래, 이종걸 의원 등 중진을 포함한 의원 30명은 성명을 내고 “이번 파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투쟁에 가려졌던 당의 문제점이 다시 드러난 것”이라며 “당 지도부부터 특정인 대세론을 공고히 하려는 자세는 없었는지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도 “특정 후보 편향은 당의 단결과 통합을 해치는 해당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친문 진영은 이날 침묵을 지켰다. 한 친문 의원은 “다른 후보 진영에서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왜 연구원이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파문이 당내 전면전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자 추 대표는 일부 초선 의원과의 면담 자리에서 “(보고서를 보고) 나도 놀랐다”며 진화에 나섰다. 또 추 대표는 “당 지도부는 작성을 지시한 적이 없고, 보도가 나온 뒤에 문건 내용을 알게 됐다”며 “자기들(친문)끼리 돌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됐으나 당의 단합과 신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추 대표의 수습 노력은 보고서 작성 경위는 물론이고 내용, 배포 방식 등 모든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비문 진영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원 관계자는 “보고서는 지시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실무진이 자발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다만 배포 과정과 범위는 김 원장 등 상부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몇몇 의원은 추 대표에게 김 원장의 경질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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