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후생비-임원보수 대폭 인상… 공공개혁 1년만에 제자리
2015년 119곳 임금 4.9% 올라
공공기관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이 사상 처음으로 7000만 원을 넘어섰다. 특히 보수 상위 20개 기관의 평균 연봉은 모두 8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해소하기 위해 2013년 말 복리후생비와 임원 보수 등을 대폭 감축하는 공공개혁을 추진했지만 1년 만에 사실상 도루묵이 된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 부문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혁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정작 공공부문의 개혁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능력 있는 인재가 창의적인 분야에 도전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공공기관 임금정책 평가’에 따르면 2015년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은 1년 전(6672만2000원)보다 4.92% 증가한 7000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 정규직 연봉은 2012년 1.94% 오른 뒤 2013, 2014년에 2년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다 2015년에 큰 폭으로 올랐다. 기획재정부가 2014년 말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을 2012년 이후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3.8%로 정했기 때문이다.
기관별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평균 연봉이 9764만6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전력거래소(9033만3000원) 한국무역보험공사(8866만 원) 한국세라믹기술원(8756만7000원) 한국마사회(8687만4000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문 기술보다는 정부가 규정한 독점 분야에서 별다른 경쟁도 없이 사업을 하는 공기업들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했던 복리후생비 감축은 정권 말기로 접어들면서 없던 일이 됐다. 기재부는 2013년 12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내놓았다. 2014년 공공기관 복리후생비도 전년보다 1948억 원(20.7%) 깎았다. 하지만 당시 복리후생비가 1000억 원 이상 삭감됐던 시장형 공기업들은 2015년 지원 규모를 전년보다 462억 원(32.4%) 늘렸다. 그 결과 한국남부발전과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제외한 모든 시장형 공기업의 복리후생비가 다시 늘어났다.
공공기관 임원들의 보수도 올랐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임원 보수지침’을 개정해 2014년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상임이사의 평균 연봉을 최대 35.7%까지 깎았다. 하지만 2015년 기준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1억8198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577만 원(16.5%) 늘었다. 예산정책처는 “일부 시장형 공기업을 제외하면 공공기관의 임원 평균 연봉이 대부분 2013년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정규직의 평균 연봉은 대기업보다 높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소득분위별 근로자 연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6544만 원이었다. 국내 전체 임금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281만 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공무원 보수가 지난해보다 3.5% 오르는 등 공공부문의 보수 인상 러시가 이어지면서 노동시장의 구조 왜곡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가 청년 창업가에게 소득세를 최대 75% 깎아주는 등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안정된 정년과 높은 보수로 상징되는 공공부문의 기득권 타파가 나타나지 않고서는 노동시장 왜곡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공공부문에 대한 과도한 보호와 장벽으로 소득이 한쪽에 치우치면 민간부문의 근로와 창업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취업절벽에 떠밀린 청년들이 공공부문 취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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