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구하기’ 김경숙 기획-류철균 액션-최경희 찬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이화여대 ‘학사농단’사태, 얽히고 설킨 4인

 “나는 아웃(제적)당하고 싶었다.”

 1일(현지 시간) 덴마크 올보르 시에서 체포된 정유라 씨(21)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은 이화여대 ‘학사 농단’과 관련 없음을 주장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 씨의 입학과 학사관리 과정의 문제 때문에 이화여대 총장과 교수가 줄줄이 물러났다. 이화여대 학사 농단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시킨 불꽃이었다. 하지만 정 씨는 그저 다니고 싶지 않은 학교였다며 ‘나와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말했다. 정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입학 후 단 하루도 수업을 듣지 않았는데도 출석이 인정되고 학점이 나온 것이다.

○ 학사 농단의 ‘키맨’은 김경숙?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관리 특혜 의혹의 중심에는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62)이 있다. 류철균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51·필명 이인화)와 남궁곤 전 입학처장(56)은 각각 특검 조사와 청문회를 통해 김 전 학장으로부터 정 씨 관련 부탁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류 교수와 남궁 전 처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전 학장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부탁을 받고 정 씨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제공에 앞장선 것이다. 물론 김 전 학장은 류 교수와 남궁 전 처장의 진술 내용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김 전 학장이 오래전에 정 씨의 존재를 알았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2월 국정조사 4차 청문회에서 김 전 학장은 남편인 김모 교수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7)의 친분을 인정했다. 본인도 “7, 8년 전 박 전 전무를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전 학장이 남편을 통해 정 씨의 존재를 미리 알았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다. 박 전 전무는 최근까지 정 씨와 가장 가깝게 지내며 승마 활동을 지원한 인물이다. 정 씨는 2일(현지 시간) 덴마크 올보르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항상 전무님을 끼고 (어머니와)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로 박 전 전무와 가까운 사이임을 드러냈다.

 청문회 당시 남궁 전 처장의 증언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남궁 전 처장은 “김 전 학장이 ‘정윤회의 딸이 지원했는지 모르겠다’고 넌지시 말했다”며 “김 전 학장으로부터 이를 전해 듣고 총장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사실상 입학 특혜의 핵심으로 김 전 학장을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김 전 학장은 “남궁 전 처장이 왜 그렇게 증언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 출석 인정에 학점까지 준 이유는?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주고 시험 답안지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구속된 류 교수 역시 책임을 김 전 학장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류 교수의 변호인은 “김 전 학장이 최 씨와 정 씨를 소개하며 ‘잘 봐달라’고 세 차례나 부탁했다”고 말했다. 류 교수 측은 “정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것도 최 씨와 김 전 학장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학장을 학사관리 특혜 의혹의 중심으로 지목한 류 교수지만 그 역시 최 씨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류 교수가 2014년 3월 대통령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을 맡는 과정에서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전 학장은 지난해 1학기 정 씨의 제적을 경고한 지도교수를 교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학장은 “당시 학부모(최 씨)가 지도교수를 찾아와 상당히 험악한 분위기였다. 내가 중재해 교수회의를 통해서 지도교수를 바꿨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지도교수인 함모 교수는 지난해 4월 최 씨와 만난 김 전 학장이 “최순실 내려간다, 잘 대하라. 정윤회 부인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 총장은 정말 몰랐나?

 최경희 전 총장(55)은 지난해 12월 4차 청문회에서 정 씨의 입학비리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정 씨가 지원하기 전 미리 보고를 받았고 최 씨도 여러 차례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최 전 총장은 “구두로 (정 씨의) 지원 사실을 보고받기는 했지만 자신은 이공계 출신이어서 정윤회 씨가 누군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최 씨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최 씨가 2015년 가을과 (2016년) 4, 5월경 총장실을 방문했지만 학사 논의차 왔던 것이며 특별한 관계는 아니다”라며 친분을 부인했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77·여)와의 친분을 통해 최 씨의 부탁을 들어줬다는 의혹도 여전하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김 대표를 알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적 없다. 이화여대 최고위과정에서 두 차례 정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총장은 각종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감사 과정에서 ‘최 총장이 정유라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걸 들었다는 학교 관계자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최 전 총장이 학사 농단을 단순히 방조한 것이 아니라 개입했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이유다.

정동연 call@donga.com·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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