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진돗개 작명-벽지 선정도 관여… 또 드러난 ‘靑 안방권력’ 최순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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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61)는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하거나 박 대통령과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게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의 판단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작성이나 고위공직자 인사 등 핵심 국정뿐 아니라 청와대 관저의 사소한 일상까지 일일이 최 씨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



○ “진돗개 작명도 최순실에게 물어”

 특검은 최근 수사기록 검토 중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작성한 ‘진돗개.hwp’라는 제목의 문서를 확보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떠나 청와대에 들어갈 때 이웃들이 선물한 진돗개 두 마리의 이름을 짓기 위해 최 씨에게 의견을 구한 것이다.

 문서에는 이름 후보로 ‘1. 누리&보듬(세상을 보듬는다) 2. 행복&희망(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 3. 새롬&이룸(새로운 미래를 이룬다) 4. 해치&현무(불을 다스리는 해치. 물을 다스리는 현무)’가 적혀 있었다. 이후 진돗개의 이름은 ‘희망이’와 ‘새롬이’로 선정됐다. 정 전 비서관은 특검에서 “대통령 당선 선물로 받은 진돗개의 이름을 최 씨에게 물어보기 위해 작성한 문서가 맞다”고 인정했다. 희망이와 새롬이는 박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에까지 들어갔다.

 진돗개 두 마리는 2014년 말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62)가 ‘비선 실세’로 지목됐던 이른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주목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오찬에서 “청와대 실세가 누구냐고 하는데 없다. 진짜 실세는 (내가 키우는) 진돗개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비선 실세’가 없음을 강조한 농담이지만 주인공인 진돗개의 이름을 ‘진짜 실세’ 최 씨에게 물었던 것이다.
○ “청와대 관저 벽지도 최 씨가 골라”

 박 대통령 취임 초인 2013년 5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관저 내부 벽지를 구입하기에 앞서 샘플사진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최 씨에게 보낸 사실도 드러났다. 벽지 색깔을 골라달라고 요청한 것. 최 씨는 박 대통령이 머물 관저의 벽지 색깔까지 결정한 ‘안방 권력’이었다.

 특검에 앞서 최 씨를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도 최 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분석 등을 통해 이런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 최 씨는 사소한 일부터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 인사, 정홍원 전 국무총리 명의의 담화문 내용,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대통령 입장 등 민감한 국정 현안까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지시했다. 검찰 수사팀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뭔가. 이런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최 씨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생각하니 한심할 따름”이라는 탄식이 나왔다.
○ ‘최순실 휴대전화 분실 소동’

 이 행정관의 휴대전화에서는 최 씨가 청와대 안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분실해 경내가 발칵 뒤집힌 정황도 드러났다. 2013년 5월 이 행정관은 최 씨에게 “한실방(청와대 관저 내 온돌방), 부속 사무실, 카니발(차량) 모두 찾아봤는데 전화기가 없습니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이 드러날까 봐 차명 휴대전화(일명 ‘대포폰’)를 여러 대 썼던 최 씨가 이 행정관에게 청와대 곳곳을 샅샅이 찾도록 한 것이다.

 이 행정관이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간이 오전 9시이고 관저 내 온돌방인 ‘한실방’이 언급된 점도 의미심장하다. 최 씨가 관저에 수시로 드나들며 잠을 자기도 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 특검, ‘수사 불응’ 최 씨 영장 새로 청구 검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 씨는 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에서 체포돼 특검이 범죄인 인도청구 절차를 밟자 4일 “정신적 충격 때문에 특검 조사에 응할 수 없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은 최 씨를 강제구인하기 위해 새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장관석·허동준 기자
#진돗개#안방권력#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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