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난데없이 ‘정유라 패딩’이 오랫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1)의 딸 정유라 씨(21)가 최근 덴마크에서 체포될 당시 입고 있던 털모자가 달린 회색 패딩 점퍼가 화제로 떠오른 것이다.
당초 이 패딩은 인터넷상에서 100만 원 이상의 캐나다 브랜드인 N사의 점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N사 브랜드를 수입·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매장에서 고객들의 문의가 많아 이전 모델까지 다 찾아봤지만 우리 제품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 씨와 주변 인물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쏠리면서 이들과 관련된 패션까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유명 연예인도 아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의 패션이 화제가 되는 ‘블레임룩’ 현상으로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이 단어는 비난(blame)과 외모(look)를 합성한 신조어다.
이날 정 씨의 패딩 점퍼를 비롯해 그가 입었던 ‘스타워즈’ 로고가 그려진 셔츠도 관심을 끌었다. ‘부르는 것이 값’이라는 한정판 소문까지 나돌았다. 결국 U브랜드의 3만 원대 제품으로 알려졌지만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 최 씨도 지난해 10월 검찰에 출두할 당시 착용했던 프라다 구두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최 씨의 신발이 벗겨지면서 브랜드의 로고가 드러났던 것이다.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37)도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착용했던 패딩 점퍼가 화제에 올랐다. 장 씨가 입은 패딩 점퍼는 국내 B브랜드의 60만 원대 제품이었다. B브랜드 관계자는 “장 씨가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화제가 돼서 굉장히 놀랐다. 마케팅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라고 생각해 문의가 와도 알리지 않았다”며 “다만 청문회 뒤 서울 강남에서 ‘장시호 패딩’을 언급하며 찾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 전에도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2)이 검찰 출두 당시 착용했던 코트, 머플러, 가방 등도 블레임룩으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들은 블레임룩 현상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한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들이 착용한 제품이 화제가 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에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장 씨 등의 패션에 쏠린 관심에 대해 씁쓸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의 패션을 왜 따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범죄자가 입는 옷이 왜 멋져 보이는지 모르겠다”는 등의 의견을 남겼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해당 인물들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사소한 것까지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사회적인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블레임룩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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