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외교안보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 핵심은 ‘기존 정책을 지속, 강화한다’는 말로 요약된다. ‘굳건한 안보’라는 통합 주제가 말해주듯 부처들은 대북 압박을 지속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요지로 보고했다.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대목은 없었다. 정상외교는 7월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만 확정됐을 뿐 나머지는 아무런 계획이 없는 상태로 보고가 이뤄졌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와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인해 부처들도 ‘깜깜이 보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이 민감한 현안은 토론 주제로 오르지도 않았다. ○ 軍, 예비역 전력 강화·사이버 방어 주력
이날 업무보고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참수작전을 수행할 특수임무여단 조기 창설, 유사시 북한 전쟁지휘부 제거 작전 돌입 등을 핵심 사항으로 보고했다. 예비군을 담당하는 육군동원전력사령부를 10월 창설하는 방안과 함께 북한의 해킹 능력에 대응해 육해공군 ‘사이버방호센터’ 운영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악성코드 탐지 체계 도입 등 사이버 대비책도 보고했다.
또 병역의무 이행자들이 미필자에 비해 감수해야 하는 금전적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병사 월급을 인상하고 전역 후 복무 기간만큼 소득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동원 예비군의 훈련보상비 인상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대북 제재와 북한의 외교적 고립 가속, 인권 문제 제기와 대북 정보 유입을 주력 업무로 꼽았다. 통일부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통일 기반 구축을 새해 주요 업무로 보고했다. ○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 유예해야” 주장도
외교부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도 필요한 최소한의 정상외교는 추진하는 쪽으로 기조를 잡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월 말부터 상대국들과 협의해 구체적 일정을 잡고 (외국 방문을 포함해) 필요한 정상외교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월 개최설이 나오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해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날짜가 합의되면 그때 (권한대행 참석을) 건의할 예정”이라며 “주최국인 일본은 권한대행의 참석을 개의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조기 대선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등을 고려할 때 사드 배치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사업 등 주변국이 반대하거나 국내적으로 민감한 외교 정책은 집행을 유예해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북-미 대화 가능성을 고려해 대북 정책을 강경 일변도에서 유연한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가능하면 일을 벌이지 말라는 시각과 일관되게 일을 하라는 시각이 두루 있다”며 “하지만 급변하는 외교 환경 속에서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손을 놓고 방관하면 다음 정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익도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앞에서 주자가 빨리 뛰어줘야 다음 주자가 잘 달릴 수 있다”며 기존 정책에 채찍질을 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인무 국방부 차관은 “사드 문제도 중요 안보 의제로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며 “(토론에서 다뤄지지 않은 이유는) 토론 의제가 북핵 위협 대응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부처별 대응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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