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청와대 실세 희망이 새롬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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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취향저격 내 취향저격/말하지 않아도 느낌이 와/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너는 취향저격.” 2015년 신인그룹 아이콘이 발표한 데뷔곡 ‘취향저격’의 노랫말이다. 달달한 감성의 이 노래는 국내외 젊은층을 공략해 히트를 쳤다. 나이 든 사람으로서는 알 듯 말 듯한 가사를 일상적 표현으로 압축하자면 ‘너는 나의 이상형’이란 의미다.

 ▷‘취향저격’은 문자 그대로 취향과 저격을 합성한 신조어다. 마음에 꼭 드는 취향이나 100% 공감하는 스타일과 만날 때 사용한다. 가령, 박근혜 대통령과 온 나라를 휘청거리게 만든 국정 농단의 주인공 최순실 씨의 관계는 ‘취향저격’의 심층 연구 사례가 될 법하다. 최 씨가 굵직굵직한 나랏일뿐 아니라 대통령의 소소한 일상생활에도 깊이 간여한 사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박 대통령은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이웃 주민들로부터 선물받은 진돗개 두 마리를 데려갔다. 이듬해 ‘정윤회 문건’ 파동 와중에 가진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대통령이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고 썰렁한 농담을 던져 유명해진 강아지들이다. 한데 알고 보니 청와대가 작성한 ‘진돗개.hwp’ 문건을 ‘검토’하고 진돗개 이름을 희망이 새롬이로 ‘낙점’한 결재자는 최 씨였다. 그가 대통령 의상과 미용을 챙겼을 뿐 아니라 관저의 벽지 색상까지 대신 골라준 사실도 드러났다. 대통령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시시콜콜한 사안을, 그것도 전문가와 거리가 먼 최 씨에게 최종 판단을 의지했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도대체 두 사람의 코드는 얼마나 잘 맞았길래….

 ▷취향이란 극히 내밀한 감성이다. 집을 어떻게 꾸미고, 무슨 옷을 입을지 등을 총체적으로 결합한 라이프스타일이 쌓여 나만의 독특한 개성이 완성된다. 그러므로 취향의 상실은 곧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과도 같다. 외부와의 소통은 차단하고 최 씨의 안목과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한 심리 구조가 무척 궁금하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과 내면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취향저격#새롬이#희망이#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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