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과 태극기로 상징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및 반대 집회가 갈수록 세(勢)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촛불 집회는 지난해 12월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점차 수그러드는 모양새지만 태극기 집회는 7일 8차 집회까지 참여 인원이 늘고 있다. 주최 측과 경찰 추산 둘 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촛불 집회 참가자보다 많았다. 지난해 10월 29일 1차 촛불 집회 이후 주말마다 ‘광장의 정치’가 벌어진 지 두 달이 넘었다.
촛불 집회나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방향이 다를 뿐 모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특히 촛불 집회는 국민의 신임을 잃은 대통령을 헌법 절차에 따라 탄핵의 궤도에 올려놓는 시대적 역할을 해냈다. 그 힘은 연인원 수백만 명이 모였어도 불미스러운 사태 한번 벌어지지 않은 평화시위였다는 데서 나왔다. 그러나 7일엔 과거 승려였던 60대 남성이 박 대통령의 처벌을 요구하며 집회 현장에서 분신해 위독한 상태다. 아무리 개인행동이라 해도 존귀한 생명까지 내건 극한투쟁 방식이어서 걱정스럽다.
촛불 민심만이 전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태극기 집회 측 주장도 일리 있다. 그러나 일부지만, 더 이상 촛불 집회를 못하게 계엄령을 선포하자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오는 것은 유감스럽다. 7일 일부 참가자들이 박영수 특별검사를 ‘빨갱이, 공산당, 인민재판관’이라고 비난하며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도 지나치다. 어제 구미시청에서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차량을 25분간 가로막은 것은 법질서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동이다.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헌법이 규정한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광장의 민심으로 나라를 이끌 순 없다. 무엇보다 촛불과 태극기의 세 대결 양상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에게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불상사가 나지 말란 법이 없다. 대통령의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도 법 절차에 따라 판단해야 하듯, 광장의 의사표현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테두리 내에서 해야 한다. 한 번쯤 멈춰 서서 무엇이 진정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길인지, 곱씹어 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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