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는 법률적 환경을 마련해 달라. 10년 내에 통일을 선물하겠다."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17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좌담회에 참가해 북한의 실상과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방안 등을 밝혔다. 2시간 남짓 열린 좌담회에서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온 이후 가장 수위가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그는 "북한의 핵무장화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길은 북한 정권의 소멸에 있다"며 "휴전선을 통해 집단 탈북을 유도하는 것이 북중 국경을 통해 탈북을 유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휴전선 군인들은 북한의 '흙수저'만 남아 근무하는 곳"이라며 "이곳에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과 10달러 지폐 등을 지속적으로 살포하면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과 같은 사태가 지휘관을 포함한 군인들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세습 명분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정은이 자신의 나이와 경력,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명분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간부들과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 태 전 공사는 "간부들에게 평양 대성산에 있는 (김정은의 모친인) 고용희의 무덤을 참배시켰는데 무덤에 '선군 어머니 묘'라고만 돼 있을 뿐 묘비에 묘주의 이름도 없다"며 "(김정일의 정식부인인) 김영숙이 만경대 가문에 딸을 데리고 가서 설 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간부들이 다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2010년 고용희를 우상화하는 '선군 어머니'라는 영화를 만들어 고위 간부들에게 보여주었지만 베테랑 간부들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반대해 배포하지 못했고 나중에 그 영화를 몰래 본 사람을 처형까지 했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해 외부 정보를 유입해 민중 봉기의 환경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한국 민간단체가 평양에 소아병원을 지어주자 감기 걸린 자녀들을 데리고 왔던 고위 간부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주민들과 접촉이 가능한 현대적 병원이나 평양과학기술대학과 같은 시장경제 원리를 알려주는 대학을 많이 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지원한 식량은 분배 행사가 끝나면 70~80%는 당국이 다시 실어가지만 나머지는 주민들에게 분배된다"며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해 설사 식량의 10~20%가 주민에게 가더라도 남한에서 식량이 왔다는 사실을 주민이 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통치방식과 동요하는 북한 엘리트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그는 "북한에는 일반 주민들은 모르는 김정은 서기실이 존재한다"며 "모든 부서에서 올라오는 정책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지시를 하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층짜리 건물에 상주한 서기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보다 상위에 있는 조직으로 북한을 움직이는 진짜 실세들은 절대 언론에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공포통치에 대한 사례로 "장성택 숙청 때 소속됐던 노동당 한개 부서(행정부)를 몽땅 숙청했는데 부서를 없애버린 것은 노동당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300명 정도의 부서원 중 부장과 과장까지는 모두 처형했고 나머지는 문건 나르던 애들까지 모두 수용소로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공포 정치 하에 북한 엘리트들의 동요도 심각하다며 "현재 한국에 비공개로 입국한 고위급 외교관이 상당히 많고, 전 세계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이 영국에 있을 때 만났던 김정은의 형 김정철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김정철은 정치에 흥미가 없고, 북한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는다"며 "평범한 가정에서 출생해 음악가로 발전했다면 유능한 기타리스트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태 전 공사는 "한국에 와서 KBS와 같은 큰 지상파를 제치고 채널A '이제 만나려 갑니다' 프로그램에 제일 먼저 나간 것은 탈북민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제일 먼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강경석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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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7 20:34:26
태영호 공사가 용기있게 큰일을 하시려고 해서 박수를 보냅니다ᆢᆢ하지만 북한주민을 돕고 싶어도 그 쌀이 인민군을 먹여살리고 군량미로 사용될까봐 지원을 못하는겁니다ᆢᆢ 여태까지 북을 도왔지만 체제는 무너지지않고 오히려 선군정치에 남조선이 벌벌떨며 쌀을 바쳤다고 선전할게
2017-01-22 10:23:48
10달러면 만이천원인데,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 시위 일당이 오만원 아니었나요? 그걸 어떻게 계속 살포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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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7 20:34:26
태영호 공사가 용기있게 큰일을 하시려고 해서 박수를 보냅니다ᆢᆢ하지만 북한주민을 돕고 싶어도 그 쌀이 인민군을 먹여살리고 군량미로 사용될까봐 지원을 못하는겁니다ᆢᆢ 여태까지 북을 도왔지만 체제는 무너지지않고 오히려 선군정치에 남조선이 벌벌떨며 쌀을 바쳤다고 선전할게
2017-01-22 10:23:48
10달러면 만이천원인데, 어버이 연합 어르신들 시위 일당이 오만원 아니었나요? 그걸 어떻게 계속 살포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