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에게 비선라인 따로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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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간담회
“주민들 잘 모르는 김정은의 서기실, 모든 부서 보고서-지시 거쳐가”

 지난해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17일 “김정은에게도 대외적으로 보이지 않는 비선실세 라인과 언론에 공개되는 라인이 따로 있다”고 폭로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초청 간담회에서 “북한에는 주민도 잘 모르는 김정은의 서기실이 3층짜리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데 모든 부서에서 올라오는 정책을 김정은에게 전달하고 지시를 하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신(神)’ 밑에 작은 신이 있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2인자는 있을 수 없다”며 “황병서 최룡해 같은 이름 있는 사람을 다 제거해도 북한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실권자는 국가 서열에서 몇 번째인지를 따지는 게 아니라 인사권, 표창권, 책벌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며 대표적 실세로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박태성 평안남도 당 위원장 등을 꼽았다.

 태 전 공사는 또 “앞으로 더 좋은 삶을 찾아오는 엘리트층의 탈북이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한국에 온 고위 외교관이 상당히 많고, 세계 각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외교관도 많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가 말한 외교관은 탈북한 북한 무역일꾼까지 모두 포괄한 개념으로 보인다.



▼ “최근 한국 온 北고위외교관 상당히 많아” ▼

 한 대북 소식통은 “태영호 전 공사보다 높은 정무직 외교관은 없지만 최근 2년 동안 해외에 파견된 북한 고위급 간부 20여 명이 한국에 조용히 입국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북한의 핵 무장화를 중단시키는 유일한 길은 북한 정권의 소멸에 있다”며 “휴전선을 통해 집단 탈북을 유도하는 것이 북-중 국경을 통해 탈북을 유도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주장했다. 그는 “휴전선 군인들은 북한의 ‘흙수저’만 남아 근무하는 곳”이라며 “이곳에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알리는 전단과 10달러 지폐 등을 지속적으로 살포하면 중국 북한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같은 사태가 지휘관을 포함한 군인들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입해 민중 봉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현대적 병원이나 시장경제 원리를 알려주는 평양과학기술대 등 주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시설을 많이 지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지원한 식량의 70∼80%는 당국이 다시 실어간다”며 “하지만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해 식량의 10∼20%만 주민에게 가더라도 남한에서 식량이 왔다는 사실을 주민이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체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세습 명분과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정은이 자신의 나이와 경력, 후계자가 돼야 한다는 명분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간부들과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간부들에게 평양 대성산에 있는 (김정은의 모친인) 고용희(고영희로 알려졌으나 최근 고용희라는 주장이 나옴)의 무덤을 참배시켰는데, 무덤에 ‘선군 어머니 묘’라고만 돼 있을 뿐 묘비에 묘주의 이름도 없다”고 지적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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