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확정안돼 후원금 불법… 사비 털어 캠프 꾸리는 주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대선 정국]반기문 “모은돈 다 쓰고있다” 토로 왜?


 대선은 사실상 ‘쩐(돈)의 전쟁’이다. 공식 선거운동에 앞서 캠프 조직을 갖추려면 ‘선수’를 불러 모으고, 사무실도 마련해야 한다. 대선 주자의 일정 하나하나에도 돈이 들기 마련이다. 문제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발생한 비용은 국가가 보전해 주지만 경선 비용은 각자 알아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선 주자들의 1차 고민은 ‘실탄(돈) 확보’인 셈이다.

○ “빡빡하다”는 반기문, 나머지 주자들은?

 선거비용이 화제에 오른 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6일 저녁 기자들과의 ‘치맥(치킨과 맥주) 간담회’에서 “한 달에 수천만 원이 든다. 모아놓은 돈을 다 쓰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반 전 총장은 “내가 꼭 돈 때문에 정당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며 여운을 뒀지만 기존 정당에 합류할 수도 있는 이유 중 하나로 돈 문제를 꼽은 건 의미심장하다.

 반 전 총장은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 2곳을 임차했다. 사무실 한 곳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250만 원이다. 또 다른 사무실은 이보다 작다. 여기에 반 전 총장과 부인 유순택 여사가 각각 이용할 그랜저와 쏘나타 차량도 구입했다. 운전기사 2명과 비서도 고용했다. 매달 수천만 원이 들어간다는 건 과장이 아니다. 반 전 총장은 “예전에는 임플로이(employee·고용인)여서 자동차나 이런 걸 다 지원받았다”고 했다. 예상보다 많은 비용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반 전 총장의 재산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신고한 재산은 12억여 원이다.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 연봉 22만7254달러(약 2억6600만 원) 중 상당액을 모았고, 보유 부동산의 시세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주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임대 보증금만 8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여의도에 사무실을 냈다. 안 전 대표는 사무실 비용을 포함해 약 1억 원의 사비(私費)를 내놓았다고 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5000만 원의 사비를 들여 여의도에 사무실을 계약했다.

 행사 비용도 만만치 않다. 1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7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손가락혁명군 출정식’에는 대관료만 700만 원이 들었다. 이 시장 측은 “지지자 1인당 1만 원씩 걷어 비용을 충당했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들의 재산은 △문 전 대표 15억여 원 △이 시장 23억여 원 △안 전 대표 1629억여 원 등이다.

○ 조기 대선 국면, 후원금 모금도 힘들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경선 비용으로만 12억여 원, 문 전 대표는 7억여 원을 썼다. 이는 후보 사비와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후원금은 대선 240일 전부터 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해야 모금할 수 있다. 모금 한도는 법정선거비용의 5%다. 2012년 대선 당시 28억여 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탄핵심판이 인용된 날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가능하다. 언제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후보 개인의 ‘출혈’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반 전 총장처럼 무소속 주자는 정당으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부담이 더 크다. 정당은 선관위로부터 분기마다 받는 국고보조금을 일시에 당겨 쓸 수도 있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 이후 대기업의 ‘보험금’이나 ‘눈먼 돈’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앞으로 캠프마다 ‘돈 가뭄’ 호소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egija@donga.com·신진우 기자
#대선#자금#선거운동#불법#후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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