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동식 ICBM’ 성공땐 한미 선제타격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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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ICBM 3大 노림수
① 트럼프정부 출범초기 ‘기선잡기’
핵협상 테이블로 美끌어낼 의도
② 신형 로켓엔진 실전 테스트
고체연료 사용… 발사前 포착 힘들어
③ 재진입체 기술력 확보 박차
美본토까지 핵타격 능력 현실화

 북한이 발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그간 축적한 미사일 기술의 ‘결집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와 추력, 탄두 중량 등 전반적 성능 측면에서 기존의 장거리미사일을 뛰어넘는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선 반드시 발사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 신형 대출력 로켓엔진의 첫 실전 테스트

 북한은 지난해 2월 장거리미사일(광명성호) 발사 이후 ICBM용 대출력 로켓엔진의 성능 실험을 잇달아 공개했다. 모두 김정은이 현장을 참관했다. 특히 지난해 9월 공개한 백두산 계열의 액체로켓엔진의 추력은 80tf(톤포스)로 한국형발사체(75tf)보다 세고 광명성호(27tf)의 3배가량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이 신형 로켓엔진이 들어간 추진체로 만든 ICBM을 쏴 올릴 가능성이 높다. 신형 로켓엔진의 첫 ‘실전 테스트’를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정지위성 운반로켓’이 아니라 ‘ICBM’이라고 못을 박은 것도 이런 개연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해 4월 공개한 대출력 고체로켓엔진이 신형 ICBM에 장착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체로켓엔진은 연료와 산화제가 섞여 추진체에 탑재된 형태다. 액체 로켓엔진과 달리 사전 연료 주입 과정이 생략돼 발사 징후 포착이 힘들다. 그만큼 기습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에 ICBM을 발사하면 베일에 싸여 있던 신형 로켓엔진의 개발 수준과 능력을 파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재진입체(RV) 기술력 입증 시도

 ICBM의 최대 관건은 핵탄두가 들어 있는 재진입체(RV) 기술력의 확보 여부다. 탄두 부분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올 때 섭씨 6000∼7000도의 고열과 충격, 진동을 극복하는 능력을 입증해야 비로소 ICBM 보유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신형 ICBM 발사를 통해 그간 쌓아올린 재진입 기술의 최종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참관하에 재진입 기술 성능 시험을 공개했지만 군 정보당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수준의 재진입 기술은 갖고 있지만 ICBM급 기술을 확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례처럼 재진입 기술도 비약적 발전이 이뤄졌을 개연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나온다. 북한이 신형 ICBM에서 재진입 기술을 입증할 경우 괌 기지는 물론이고 미국 본토에 대한 핵타격 위협이 현실화돼 ‘북-미 핵게임’이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신형 ICBM의 연료량을 조절해 최대한 고각으로 쏴 사거리를 3000km 안팎으로 줄이면서 핵기폭장치의 정밀도를 테스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트럼프 행정부 기선 잡기

 북한은 신형 ICBM을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대한 ‘기선 잡기’ 용도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ICBM을 쏠 수 있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밖에 없다. 북한이 SLBM에 이어 이동식 ICBM 발사까지 성공하면 기습 핵타격 능력이 실전적으로 입증된다. 이 경우 유사시 한미 양국의 북한 핵·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타격이 성공하기 힘들고, 북한의 핵 능력이 더는 제어할 수 없는 단계까지 나갔다는 인식이 대내외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정은은 트럼프 행정부를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최종 카드로 ICBM을 활용할 것”이라며 “주민 결속을 통한 김정은 체제 공고화에도 결정적 기여를 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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