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민의는 새로운 문법의 정치와 접속하는 걸 원하고 있다. 정치의 세대교체를 통해 시대를 바꿔야 한다.”
18일 한국정치학회·사회학회 주최 시국 대토론회에서 “60대 이상 정치인은 조건 없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19일 오후 서울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50대 연합 기수론’을 다시 강조했다.
송 교수는 이날 “세대 경험은 정치인의 중대한 결단에 반드시 작용한다”며 “60대 이상의 세대는 감각의 한계 탓에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급변하는 세상에서 신세계를 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대안으로 주장하는 50대 정치인들은 대부분 구(舊) ‘386세대’다. “그 세대는 청년기에 책을 덮고 현실을 몸으로 체험한 세대로 천둥벌거숭이처럼 원초적인 면이 있었고, 무르익지 않았는데 정권을 잡아 서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라면서도 “그로부터 10여 년 동안 현실과 부닥치며 내공을 쌓고 세련돼졌다”고 했다.
그는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로 60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50대 주자들이 소속 정당을 뛰쳐나와 함께 기존 정당과 대적하는 신선함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지향과 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월세 정당’에 불과해 강자에 맞서 대선의 새로운 판을 짜야 승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50대의 중심 인물로 꼽으면서 문 전 대표 중심의 판세를 바꾸지 않으면 세대교체가 어렵다고도 했다. “안 지사는 이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문 전 대표가 당내에 견고하게 다져놓은 ‘성곽’을 넘어설 수 없다.”
송 교수는 특히 문 전 대표에 대해 비판적인 것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패(大敗)라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고, 야당에서 오래 생존한 조직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언어에 머무르고 있어 갑갑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표의 말은 미래의 씨앗이 보이지 않는 ‘도라지 위스키 시대’의 말 같다”고도 했다. 세간의 말이 많아 판단 유보라고 했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에 대해서는 “검증이 안 됐고, 포퓰리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전날 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 전 대표는 과거에 비해 정치력은 성장했지만 상징적 자원은 오히려 잃었다”며 “그 갭(격차)을 메울 설득력 있는 정책과 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신랄한 촌평도 이어졌다. “정치력이 없다. 대선은 70, 80%는 자신의 힘으로 돌파해야 하는 것인데 지지자들이 열광할 만한 철학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스스로 함정에 빠지고 있다. 설 전까지 새로운 언어를 들려주지 못한다면 반 전 총장은 사실상 끝이다.”
25일 기존 칼럼과 새로 쓴 글을 묶은 신간 ‘촛불의 시간’을 내는 그는 “‘군주의 시간’이 지나고 ‘시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50대 주자들이 무정형인 광장의 에너지에 형태를 부여할 수 있는 정치적 비전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학문 영역을 넘어 이례적으로 현실 대선 주자를 구체적으로 촌평한 것에 대해 “토론회에서 학자들이 원론적인 논의를 하는 건 당연하다”며 “하지만 지금 시국에서는 진짜 필요한 ‘센’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도 학자와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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