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유근형]또 빈손… “이러려고 1월국회 열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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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정치부
유근형·정치부
 1월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되다 결국 ‘빈손’으로 20일 막을 내리자 정치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해를 맞아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헬스클럽 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까지 올리고선 거의 나가지 않은 불량 회원과 뭐가 다르냐”라는 것이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20여 개의 안건을 처리했지만 ‘최순실 국정 농단 특별조사위원회 결과보고서’ 채택처럼 행정안건이나 비쟁점 법안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통과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의결이 본회의 시작 이후까지 이어지는 촌극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선거 연령 18세 하향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노동개혁법 등 개혁법안들은 논의 테이블에 올려 보지도 못했다. 본회의를 마치고 국회 로텐더홀을 나서는 의원들은 “이러려고 1월 국회를 열었나 싶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1월 국회가 맹탕이 될 것이란 우려는 시작 전부터 있었다. 새누리당의 내홍, 국민의당 전당대회, 바른정당 창당 등으로 상임위원회 일정조차 잡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4당은 다소 무리수를 둔다는 우려 속에서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을 막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1월 국회를 강행했다. 결국 5개 상임위는 아예 열어 보지도 못했고, 그나마 열린 상임위들도 법안 처리 실적이 미미했다.

 일 안 하고 논다는 비판을 받아 온 국회가 1월 임시국회를 연 것 자체는 잘한 것이다. 특히 지금은 대통령이 탄핵돼 나라의 구심점이 없는 비상시국이어서 국정에 대한 국회의 책무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하지만 국회를 열어 놓기만 하고 성과가 없으면 열지 않은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니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국회의 이중성은 이번에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의원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지는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어 2월 국회도 부실 운영 걱정이 앞선다.

 새해가 밝은 지 고작 20일이 지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바로잡겠다며 여야 의원들이 연초에 부르짖던 개혁과 민생 우선에 대한 열정이 벌써 식어버린 것인가.

유근형·정치부 noel@donga.com
#국회#국정#비상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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