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김기춘-조윤선 영장심사… 직권남용 공방, 특검 ‘대통령 지시’ 영장에 적시
“조윤선, 작성 관여하며 명단 늘려 김기춘-조윤선 증거인멸 정황… 구속 필요”
김기춘측 “보고받은 적도 없다” 혐의 부인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1)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오전 10시 30분부터 연이어 약 3시간씩 열린 영장심사에서 블랙리스트 작성이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증거 인멸을 한 정황을 강조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5기)의 영장심사를 받은 김 전 실장 측은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정부 지원 예산이 배제되도록 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적도, 관련 사실을 보고받은 적도 없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반면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의 ‘밑그림’을 그린 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김 전 실장의 혐의 입증 증거로 제시했다. 또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도 특검은 청와대와 문체부 관계자들의 반박 진술을 근거로 맞섰다.
현직 장관 신분으로는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장관은 김 전 실장의 영장심사가 끝난 직후인 오후 1시 40분쯤 피의자 대기실에서 영장심사가 열릴 법정으로 향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2014년 6월부터 2015년 초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하며 지원 배제 인사 명단을 늘린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당시 정무수석실 주도로 시민단체들을 동원해 관제 시위를 유도하고 정부 비판 단체들을 고소 고발하도록 지시했고, 조 장관이 관련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는 관계자들의 진술 등이 담긴 기록을 성 부장판사에게 제출했다.
특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의 영장에는 2014년 5월 박 대통령이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체부 예산이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혐의도 적시됐다. 특검에 따르면 당시 신동철 대통령정무비서관(56·구속) 주도로 지원 배제 인사 80여 명의 명단이 들어간 최초의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이 리스트에는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그림으로 논란이 됐던 홍성담 작가 등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후 조 장관이 정무수석이 된 뒤 블랙리스트의 지원 배제 명단이 9000명을 넘어섰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각각 영장심사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과 마찬가지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수의로 갈아입은 뒤 밤늦도록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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