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특검 수사로 드러난 ‘갑질’
朴대통령, 안가로 이재용 부회장 불러 “지금까지 뭘 했나” 질책… 지원 압박
법조계 “협박-갈취 혐의 적용 충분”… 법원, 안종범 업무수첩 증거 채택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삼성을 압박해 돈을 뜯어낸 생생한 ‘갑질’ 행태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로 드러났다.
20일 특검에 따르면 삼성을 압박하는 박 대통령과 최 씨의 긴밀한 ‘세트플레이’는 한국승마협회 회장사를 한화그룹에서 삼성그룹으로 교체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2014년 9월 15일 대구경북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안봉근 당시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51)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과 독대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좋은 말을 사달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듬해 1월 9일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구속)과 김종 2차관(56·구속 기소)을 청와대 별관으로 불러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하는 학생을 키워야 한다. 왜 이런 선수를 자꾸 기를 죽이느냐”고 말했다. 당시 김 차관은 박 대통령의 얘기를 삼성 측에 전달했다.
같은 해 7월 25일 이 부회장을 청와대 부근 안가로 다시 불러 독대한 박 대통령은 “도대체 지금까지 뭘 했느냐.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며 “승마 유망주 해외 전지훈련과 좋은 말 구입을 안 했다”고 질책했다. 이후 삼성은 최 씨 소유인 독일 법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승마 지원 계약을 맺었다.
최 씨는 이렇게 박 대통령의 압박을 받은 삼성 측에서 지원받은 돈을 말 그대로 ‘물 쓰듯’ 썼다. 2015년 10월 딸 정 씨의 마장마술용 말 ‘살시도’(이후 ‘살바토르’로 개명)를 7억4900만 원에 샀고 말 보험료로 8210만 원을 냈다. 또 승마 선수들이 탈 차량 구입 대금으로 2억4418만 원을 썼다.
최 씨는 이렇게 삼성 측의 지원금을 쓰면서도 말 ‘살시도’의 패스포트(말 소유자를 표기한 명찰)에 ‘삼성전자’가 적혀 있다며 크게 화를 냈다. 최 씨는 이 부회장의 이름을 ‘이재룡’으로 발음했는데, 삼성 관계자에게 “이재룡이 VIP(박 대통령)를 만날 때 말을 사준다고 했지, 언제 빌려준다고 했느냐”라며 성질을 부렸다.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이런 행적을 감안하면 특검이 두 사람에게 뇌물죄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협박이나 갈취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한편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공판에서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48)는 “최 씨가 미르재단 회장이라고 생각했다. 회의했던 내용에 대해 청와대가 나중에 연락해 오는 걸 봤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날 ‘위법 수집 증거’ 논란이 있던 안 전 수석의 업무 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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