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예수가 찾아왔던 현장에 없었던 제자 도마. 그는 예수 손의 못 자국에 자기 손가락을 넣고 창상(槍傷)을 입은 옆구리에도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다시 모습을 보인 예수가 도마의 바람대로 하게 한 뒤 남긴 말. “너는 나를 보고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 되도다.” 요즘이라면 도마의 의심은 쉽게 풀릴 듯하다. 못 자국에 손가락을 넣고 찍은 인증샷을 보여주면 될 테니까.
▷2009년 영국 BBC 매거진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21세기 첫 10년을 장식한 문화현상으로 꼽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의 일상에 자리 잡은 것이다. 그 무렵 무선인터넷 속도가 종전보다 3배 정도 빠른 3세대(3G) 아이폰이 선을 보였다. 웬만한 카메라를 능가하는 스마트폰의 사진 촬영 기능과 SNS의 결합은 인증샷이 꽃필 수 있는 토양이었다. 정치 현장으로 인증샷이 흘러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2011년 10·26 재·보선이 국내 선거에서 인증샷이 처음으로 위력을 발휘한 때라는 데 이론(異論)이 없다. 당시 투표일에 참여를 독려하는 ‘인증샷 놀이’가 SNS를 뜨겁게 달궜다. 그때만 해도 특정 후보의 기호를 연상하게 하는 손짓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허용하지 않았다. 20일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19대 대선부터는 기호 1번을 뜻하는 ‘엄지 척’이나 2번을 가리키는 ‘V’ 손동작을 하고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됐다.
▷기호 3번 지지자들은 고민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보이스카우트의 세 손가락 경례가 떠오른다. 미국 프로농구 ‘3점슛 황제’ 스테픈 커리가 엄지와 검지를 맞붙이고 나머지 세 손가락은 펴는 손짓도 따라할 법하다. 기호 4번 이상으로 갈수록 머리깨나 아프겠다. 관건은 SNS에서의 영향력, 즉 팔로어가 얼마나 많으냐는 점이다. 수십만, 수백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유명 작가나 가수의 손가락 인증샷이 투표 당일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어느 후보가 ‘SNS 거물’을 더 많이 우군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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