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사업 홍보에 朴대통령 활용” “대통령, 정유라 지원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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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심판 8차 변론]차은택-김종, 헌재서 상세히 증언

 
헌재 출석하는 증인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의 증인으로 채택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왼쪽부터)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도착해 대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영대 sannae@donga.com·장승윤 기자
헌재 출석하는 증인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의 증인으로 채택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왼쪽부터)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도착해 대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영대 sannae@donga.com·장승윤 기자
23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에 박 대통령이 개입한 정황을 작심한 듯 상세히 증언했다. 차 전 단장은 “최 씨가 4대의 휴대전화 중 특정 전화기로 박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박 대통령을 사업 홍보에 노골적으로 활용했다”고 증언했다.

○ “최순실과 박 대통령 통화 수차례 목격”

 
차 전 단장은 이날 헌재에서 최 씨가 박 대통령과 국정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화를 대거 폭로했다. 차 전 단장은 “최 씨의 요구로 국내 콘텐츠 기업 현황 보고서를 준 적이 있는데 문건의 특정 대목을 박 대통령이 ‘대수비(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 때 똑같이 말씀하신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또 “최 씨가 휴대전화를 4대 정도 사용했고 그중 특정 휴대전화가 울리면 회의 도중 사람들을 내보낸 뒤 ‘네, 네’ 하면서 늘 같은 말투로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화기 너머로 박 대통령으로 추정되는 목소리를 2, 3차례 들은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또 “최 씨가 사무실 데스크톱 PC 모니터에 국무회의 자료를 띄워놓고 작업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덧붙였다.

 차 전 단장은 최 씨의 사업 모델이 박 대통령의 영향력에 의존하는 구조였다고 강조했다. 미르재단 운영과 관련해 “최 씨가 ‘한식 브랜드를 개발한 뒤 프랑스 케이팝 행사에 노출시키면 그 자리에 대통령이 가실 것이다’ ‘대통령이 거기서 한식 브랜드를 얘기하면 그게 가장 극적인 효과다’ ‘아프리카 순방 행사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말을 해 소름이 끼쳤다”고 털어놨다.

 또 차 전 단장은 “윤정섭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과 영화감독 이현승 씨를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최 씨에게 추천했지만 어디선가 답을 듣고 온 듯 ‘좌파 성향이라 안 된대’라며 거절했다”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간접 체험한 듯이 말했다. 차 전 단장은 2015년 2월 임명된 김성우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에 대해 “최 씨가 추천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박 대통령 측은 차 전 단장이 검찰에서 최 씨와 고영태 씨 관계에 대해 진술한 조서 내용을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차 전 단장은 “한쪽이 바람을 피우다 걸려 헤어지며 보이는 전형적인 다툼의 모습을 보여 내연 관계로 생각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 “박 대통령, 면전에서 정유라 지원 지시”

 차 전 단장에 앞서 증인으로 나선 김 전 차관은 “2015년 1월 청와대 별관에서 만난 박 대통령이 ‘(최 씨의 딸) 정유라같이 재능 있는 선수는 정책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 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가 ‘문체부 차관 자리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 그렇다고 했더니, 하 교수가 최 씨를 ‘정윤회 씨 부인’이라며 소개해 줬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최 씨의 딸 정 씨가 다닌 초등학교 어머니모임 회장을 하며 최 씨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은 또 “체육 현안의 경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로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안 거치고 (김 전 실장에게) 바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과 차 전 단장은 이날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여름 김 전 비서실장의 삼청동 공관에서 정성근 당시 문체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김 전 실장을 만났다”며 “최 씨의 연락을 받고 김 전 실장 공관에 갔다”고 밝혔다.

 한편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27년 전경련에 근무하는 동안 재단을 만드는 데 청와대가 기업별 출연 금액을 정해 주고 이사진을 마음대로 정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모금 당시)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청와대가 재단 설립을 밀어붙인다’는 말이 안 나오게 하라는 경고를 받았다”며 “보복이 두려워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고 털어놨다.

○ 헌재, 증인 신청 대신 ‘박 대통령 직접 해명’ 요구

 이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증인을 대거 신청하며 ‘심판 지연’을 시도했지만 헌재가 제동을 걸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50), 황창규 KT 회장(64) 등 39명의 증인을 추가 신청했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증인을 대거 부르기보다는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에서 정리를 해줘야 한다”며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했다고 주장해 왔으니, 구체적으로 어느 부서에 어떻게 이행 지시를 했는지 답변해 달라”고 말했다.

 헌재는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중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구속) 등 6명을 증인으로 우선 채택했다. 헌재가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상당수 증거로 채택한 만큼 추가 채택 증인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전주영 기자
#최순실#박근혜#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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