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퇴임하는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정미 헌법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 결론 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가 박 소장과 이 재판관 후임 임명절차에 협조하지 않으면 3월 14일 이후 재판관 7명이 심판을 해야 한다. 인용 시 6명의 동의가 필요한 탄핵심판을 7명이 진행할 경우 심판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일 것이다.
이날 탄핵심판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박 소장은 후임 소장 임명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데 대해 “국회가 헌법기관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선 박 대통령의 소장 지명권을 황교안 권한대행이 행사해선 안 된다며 임명절차에 반대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과 똑같은 권한을 가지므로 소장 지명을 못 할 것도 없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 측에서 헌재소장을 지명해봐야 다수인 야권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것으로 보고 포기한 상태다.
이 재판관 후임자 지명은 양승태 대법원장 몫이다.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열어 통과시킨 뒤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된다. 하지만 야권은 이마저 반대하고 있다. 2006년 이후 헌법재판소장 공석 사태는 세 번째나 되고 재판관 공석 사태는 더 잦았다.
박 소장의 쓴소리는 타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3월 13일’로 기한을 못 박은 것은 경솔한 측면이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제대로 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비판할 빌미를 줬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박 소장과 이 재판관의 후임을 임명해서라도 심판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박 대통령 측도 후임자 공석 상태를 예상하고 지연 작전을 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탄핵심판이 길어지면 국정 혼란이 장기화된다는 점에서 심판을 조속히 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강하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은 헌재가 가능한 한 신중하게 처리할 사건이다.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고 시한을 못 박으니 반발을 산 것이다. 국회도 3월 13일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을 상정해 이 재판관 후임에 대한 임명절차를 진행하는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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