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에서 아직도 인기가 있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6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대선출마 선언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힘을 실어줬다.
이회창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유승민 대선출마 선언식에서 “유승민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지지 선언을 했다. 이 전 총재와 유 의원은 각별한 사이다. 유 의원은 지난 2000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총재이자 유력 대권 주자였던 이 전 총재의 제안으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을 맡아 이 전 총재의 '경제 교사' 노릇을 했다. 유 의원을 정계로 이끈 이가 이 전 총재였던 것.
이 전 총재는 인사말에서 유 의원을 향해 "정의로운 대통령, 이 나라를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분이 유 의원이고, 복잡한 시대에서 외국 정상을 상대할 실력과 내공을 가진 거의 유일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승민 의원과 같은 실력과 내공을 갖춘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유승민이 돼야 한다는 게 저의 신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우리나라 정치에는 정의가 실종돼 있다. 다수는 단지 숫자일 뿐 정의로운 가치를 내리는 게 아니다"라면서 "정치가 제대로 되고 이 나라가 제대로 가게 하려면 정치인 스스로 확고한 정의에 대한 신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보수에 필요한 것은 보수의 가치에 대한 진정한 신념과 열정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런 면에서 유 의원이 그동안 해온 것을 봐도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정열을 갖고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고 이 나라 정치를 바로잡아갈 분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거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3~1994년 총리를 지내며 대쪽 이미지로 보수의 적자가 됐다. 1997년 한나라당 후보로 제15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김대중 대통령 밀려 낙선했다. 이 전 총재는 2002년에도 다시 대권에 나섰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패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유 의원과는 2002년 대선 때 후보와 참모진으로 함께 한 인연이 있다.
이 전 총재는 "유 의원은 제가 정치에 끌어 들였지만 2002년 대선이 끝나고 난 뒤 정치를 떠나 항상 마음에 걸렸다"며 "당시 대선 후 모두 흩어져 제 갈길을 갈 때 유 의원이 저를 위해 애썼던 정책 비전 팀을 전부 거명하면서 이분들에게 꼭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편지를 남겼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유 의원은 명석하고 출중한 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런 숨은 인간성, 숨은 덕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제가 좋아하는 이유"라고 추켜세웠다.
이 전 총재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유 의원을 매도하고 결국 원내대표를 떠나게 만드는 것을 보고 정말 가슴이 아팠다"며 유 의원에 대한 애틋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한편 이 전 총재가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고 유 의원이 밝혔다.
유 의원은 자신을 지지해 준 이 전 총재에게 감사를 표한 후 이같이 전했다.
유 의원은 "(이 전 총재는) 저를 정치에 이끌어 주신 분이고 제가 정치를 하면서 많이 배웠던 분"이라며 "총재께 행사에 참석해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하시면서 바로 (새누리당) 당적을 정리하고 나와주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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