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8인 재판관’ 체제로 처음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국회 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측에 “절차적 공정성과 엄격성을 지키면서 재판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회 소추위원단은 각각 상대방을 향해 “공정성을 훼손한다”, “시간 끌기를 한다”고 비판하며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 박 대통령 측, 재탕 증인 신청
이날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모두발언부터 박 전 소장의 후임자 임명 문제를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이 변호사는 박 전 소장이 ‘3월 13일 이전 선고’를 촉구하며 그 이유로 재판관 결원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대법원이나 국회, 행정부에 후임 재판관 임명을 요청해 재판관 인원을 유지할 책무는 헌재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검찰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불리한 수사기록에 의존해 이른바 ‘조서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 측에는 예리한 일본도를 주고 대통령에겐 둔한 부엌칼을 주면서 진검승부를 하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단장은 “(박 대통령 측이) 불필요한 증인을 무더기로 신청해 노골적으로 심판을 지연시키면서 한편으론 ‘중대 결심’ 운운하며 공정성 시비까지 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날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서 이미 증언을 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을 포함해 15명의 증인을 추가 신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대기업 총수 등이 포함됐다.
박 대통령 측은 또 “최 씨와 고영태 씨의 불륜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며 고 씨가 자기 이익을 위해 (언론에) 왜곡 제보했다”는 주장도 폈다. 이어 “고 씨가 여성전용 술집 접대부 시절 가명인 ‘고민우’라는 이름을 쓰면서 롯데에 75억 원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 세월호 참사 ‘안이한 대응’ 시인
이날 헌재에는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64)과 모철민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59·현 프랑스대사), 유민봉 전 대통령국정기획수석(59·현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근무했던 김 수석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 참사에 청와대가 얼마나 안이하게 대응했는지를 드러냈다.
김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9시 33분 해경에서 세월호 침몰 관련 첫 보고를 받았을 때 그다지 위급하다고 여기지 않았다”며 “구조 인원 등을 보완해 오전 10시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박 대통령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헌재 재판관들이 “476명이 탄 배가 침몰하는데 어떻게 긴급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질책하자 김 수석은 “당시만 해도 다들 혼란스럽지 않았느냐”며 얼버무렸다.
헌재 안팎에서는 김 수석의 증언에 대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기민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무마하려다 ‘안이한 대응’을 시인한 셈이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모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노태강 전 국장 등의 좌천 인사와 관련해 “당시 유진룡 장관에게서 ‘박 대통령이 특정 국·과장을 꼭 집어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해당 좌천 인사가 실행됐는지 묻는 전화를 해오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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