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의 독일 현지 대출을 도운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본부장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려고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를 소환키로 했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1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던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에게 당시 KEB하나은행 삼성타운지점장이던 이 본부장의 승진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의 의사를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54·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통해 김 회장에게 전달한 정황을 확보했다. 특검은 최근 정 전 부위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하나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를 소환하게 되면 이 본부장 승진과 관련한 정 전 부위원장의 구체적인 요청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가 박 대통령의 지시나 최 씨의 개입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다.
특검은 또 최 씨가 한국 정부의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서 이득을 취하려고 지난해 5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이사장에 김인식 전 킨텍스 사장(68)이 임명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했다. 외교부 산하 기관인 KOICA 이사장엔 통상 외교부 출신 공무원들이 임명됐는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KOTRA 출신인 김 전 사장이 임명되자 뒷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유재경 전 삼성전기 전무를 주미얀마 한국대사로 청와대에 추천한 것과 비슷한 구조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최 씨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특검은 청와대가 경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데 대해 “법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관련 법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군사상·직무상 비밀과 관련한 장소’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는 경내 압수수색을 최대한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특검은 박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된 대통령비서실과 청와대 의무실, 경호실,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특검은 10일경으로 예상되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비공개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은 박 대통령 측과 대면조사의 시기와 세부 절차를 조율해 대면조사를 성사시킬 방침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대면조사 시기에 대해 “대면조사가 가능한 방향으로 검토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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