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어제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5시간 만에 철수했다. 청와대는 “형사소송법상 군사상·직무상 비밀유지가 필요한 장소여서 압수수색을 허용할 수 없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작년 10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압수수색을 시도할 때도 청와대는 같은 이유로 경내 진입을 거부했다. 특검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상급기관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공문을 보내 압수수색 승낙을 요청하고 압수수색 재시도 방침을 밝혔다.
청와대는 특검에서 필요로 하는 자료를 얘기하면 임의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다수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담화,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에서 밝힌 내용과 상치하는 사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인사 개입만 해도 “문화 쪽이 좀 (추천이) 있었다”는 대통령 말과는 달리 외교부 대사 임명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관세청 등 전방위 인사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숨기는 게 많다는 인상을 주고 결국 특검이 압수수색 시도에 이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 특검은 경호실, 정무수석실, 민정수석실, 비서실, 의무동 등 그동안 박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나온 장소를 망라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군사상·직무상 비밀과 관련된 장소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청와대는 압수수색을 승낙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청와대에는 특검이 찾고자 하는 문서와, 특검이라도 보아서는 안 되는 기밀문서가 있을 것이다. 압수수색 시도가 정당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 종류의 자료를 구별해서 압수수색할 방법이 없다. 압수수색으로 얻는 이익보다 압수수색이 초래할 위험이 더 클 가능성도 있다.
역대 청와대가 검찰이나 특검의 압수수색에 응한 적이 없다. 특검은 압수수색 시도에 앞서 필요한 자료를 특정해 청와대에 제출을 요구하고, 청와대가 제출한 자료가 부족하다면 어떤 점에서 부족한지 소명하고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것이 순서다. 결정적 자료를 특정하지도 못하면서 청와대를 여염집처럼 뒤지고 보겠다는 것은 수사력의 한계만 보여줄 뿐이다. 특검이 되지도 않을 압수수색만 계속 시도한다면 보여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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