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문재인 “촛불 들어야”… 3野 “이정미 퇴임前 탄핵”
대통령 변호인은 여당 향해 “탄핵 기각 TF 구성을”… 정치권, 심리에 영향 행사 말고 결과에 승복해야
여야 정치권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각자 지지층 세몰이에 나섰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끌어내려는 압박 전략을 노골화한 것이다. 헌정질서 파괴를 이유로 대통령 탄핵을 감행한 정치권이 오히려 헌정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탄핵 2월 선고가 사실상 무산됐다”며 “헌정질서 문란을 바로잡을 책무가 헌재에 있다. 헌재는 국민 뜻을 받들어 신속하게 심판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국민의 힘을 다시 모을 때”라며 “위대한 촛불혁명이 끝내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사실상 지지자들에게 촛불집회 총동원령을 내린 셈이다. 박 대통령 측의 ‘지연 전술’로 결정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광장 민심에 다시 불을 지펴 ‘정권교체 굳히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 오후 야 3당 대표도 긴급 회동에서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 임기(3월 13일) 이전에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을 요구하며 “황 권한대행이 민심을 거스른다면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했다.
야권이 돌연 탄핵 기각 가능성을 꺼내 촛불 민심을 자극한 건 헌재가 전날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 중 8명의 신문을 수용해 탄핵심판 선고가 빨라야 3월 초에나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재는 지금까지 3월 초 선고를 목표로 심리를 진행했기 때문에 ‘2월 선고 무산’ 주장은 억측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탄핵심판 음모론’은 박 대통령 측의 고의적인 심판 지연 전술과 맞닿아 있다. 이날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대통령 변호인들이 재판 절차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게 국민을 더 분노케 한다. 이는 국정에 임하는 공직자의 기본자세가 아니다”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여권은 본격적인 반격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인 손범규 전 의원은 새누리당에 ‘탄핵 기각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도 탄핵 기각에 동조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문 전 대표가) 느닷없이 탄핵에 집중하자고 나온 건 대세론이 위협받자 (대선 지형 변화의) 속도를 늦추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지지층 세몰이에 나서면서 탄핵심판 결정과 이후 대선 국면에서 국론 분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는 “정치권이 광장의 열망을 제도권 내로 가져오지 않고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헌재 심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정치권이 영향을 미치려 해선 안 된다. 국민이 헌재 심판 결과에 승복하도록 하는 것도 정치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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