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빨라야 3월 초에나 가능하게 되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탄핵 위기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은 촛불집회에 당력을 집중하는 총동원령을 내렸다.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 등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위기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헌재에 대한 압박과 함께 지지층 결집을 노린 다중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이 헌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전날에 이어 거듭 ‘탄핵 기각 위기론’에 군불을 땠다. 지지층을 겨냥한 나름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보수층의 탄핵 반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야권도 헌재를 압박 또는 방어할 필요가 생겼다는 얘기다. 여기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보수층이 재결집하며 대선 지형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촛불정국의 최대 수혜자였던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역시 시민들을 ‘촛불광장’으로 다시 불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촛불혁명이 좌초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국민들이 다시 (박 대통령) 퇴진 투쟁으로 갈 것이고 이번에도 제가 모든 것을 버리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촛불정국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최근 지지율 하락세로 고전하고 있다. 이 시장은 다시 한 번 촛불민심을 앞세워 지지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이날 열린 토론회에서 “헌재가 조속히 탄핵심판을 마무리지어 주는 게 이 갈등과 혼란을 빨리 매듭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하는 안 지사는 11일 광주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촛불정국’의 재점화는 결과적으로 야권 후보 가운데 상대적으로 중도·보수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지사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권교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질 경우 선명성이 강한 주자에게 지지가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 지사가 주장하는 ‘더 나은 정권교체’보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 “1위 후보를 밀어주자”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위기론’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여기엔 보수와 진보 지지층 간에 대치의 골이 깊어질수록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의당이나 제3지대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최고위원·탄핵소추위원 연석회의’로 개최한 민주당은 비공개회의에서 11일 촛불집회에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대선주자와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9일엔 의원총회를 열어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지연 전술’을 성토하고 촛불집회 참석 의지를 다질 계획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촛불집회 참석에 신중한 모습이다. 안 전 대표 측은 “11일 집회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 과정에서 역풍을 맞았던 만큼 여론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수술을 꼼꼼히 하다가 환자가 죽으면 안 된다”며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헌재가 결정 시기를 현명하게 판단하실 거라고 본다”고 조속한 결정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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