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군사조직이 지난달 초 리비아와 이집트를 경유해 북한산 대(對)전차미사일 ‘불새-2’를 대거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치자금 조달에 혈안이 된 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감시와 제재를 아랑곳하지 않고 새해 벽두부터 중동과 불법 무기 거래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스라엘 군사정보 웹사이트 데브카파일은 최근 “지난달 컨테이너 선박에 실린 불새-2는 리비아에서 이집트 시나이 반도로 옮겨진 뒤 이집트 국경도시 라파에 뚫린 비밀 터널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자치지구인 가자로 유입됐다”고 주장했다. 불새-2는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 카삼 여단이 2014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분쟁 때도 사용한 무기다.
하마스 군사조직이 이번에 밀반입한 북한산 무기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사들인 북한산 불새-2는 1500여 대로 추정된다고 데브카파일은 추정했다. 하마스 측은 반(反)정부군이 활동해 경비와 검문이 상대적으로 허술한 이집트 국경도시 라파와 가자지구 사이에 4, 5개의 터널을 교란용으로 뚫어두고 1개의 터널을 통해서만 무기를 밀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해안 경비가 삼엄해 가자지구에 직접 하역할 수 없기 때문에 각종 이슬람 무장단체가 활개 치는 시나이 반도로 우회하는 것이다.
사거리 2.5km 정도인 불새-2는 북한이 옛 소련 대전차미사일 ‘9K111 파곳’을 분해해 모방한 것으로, 레이저빔으로 탱크 등의 타깃을 조준해 발사하는 무기다. 하마스 군사조직은 이스라엘 탱크에 대응하기 위해 불새-2를 사들이고 있다. 북한은 유엔의 제재로 정상국가를 상대로 한 무기거래가 막히자 하마스, 시리아 반군, 쿠르드 반군, 헤즈볼라 등 지역별 무장단체에 무기를 몰래 팔고 있다.
북한산 무기는 제3국으로 국적 세탁한 선박에 실려 홍해나 지중해를 거쳐 중동으로 유입된다. 이때마다 수에즈 운하를 보유한 중동의 해상허브 이집트를 거쳐야 하는데,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014년 취임 이후 북한과 거리를 두고 남한과 가까워지려 하고 있어 북한의 무기 밀매가 과거만큼 수월하지 않다.
시시 대통령이 1991년 영국 왕립 군사학교에서 교육받을 때 1년 동안 동고동락한 강웅식 한국이집트발전협회 회장(60·육사 37기)은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해왔고, 건설 경기 부양을 통한 한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선망해왔다”며 “친(親)북파인 가말 압델 나세르,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달리 시시는 친한파”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영국 유학 시절 시시 대통령을 등교하는 차에 태워주며 친분을 쌓았고, 시시 대통령 취임 이후 매년 만나며 우호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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