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사진)가 9일 북한과 미국이 각각 핵 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합의한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태 전 공사가 학술회의에 참가해 발언한 것은 처음이다.
태 전 공사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 외무성에서 처음부터 제네바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김정일은 대량 아사와 경제난 속에 미국이 (북한을) 치지 못하게 시간을 벌어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외무성이 당시 진단한 클린턴의 속셈은 ‘북한이 곧 무너지니 붕괴될 때까지 안정적으로 관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결국 제네바 합의는 이런 두 속셈이 만든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태 전 공사는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북한과 한미의 내부 요인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비핵화로 이끌 수 없다고 주장했다. 먼저 북한에서는 “1000억 달러를 준다 해도 이를 대가로 핵무기를 폐기해 경제를 살리자는 말을 할 사람이 없고, 있다면 당장 처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도 북한을 샅샅이 강제 사찰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합의문이라도 서명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일과 모스크바에서 만나 밤새 보드카를 마시며 ‘한반도 종단 가스관 및 철도 건설을 하면 북한이 단번에 부자가 된다’고 설득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이 두려운 김정일은 끝내 넘어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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