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기본선원 조실 설악무산(오현) 스님은 10일 발표한 동안거 해제법어를 통해 정치인들에게 “먼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며 “자기 허물을 먼저 볼 줄 아는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사람이 이번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악무산 스님은 “우리는 매일같이 각종 매체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는데 그것이 다 살아 있는 무진법문(無盡法門)”이라며 “고위공직자, 대통령, 국회의원, 대기업회장 그리고 온갖 잡범들을 형무소에 보내는 것은 검사 판사가 아니다. 그들 행위의 그림자가 붙들어 쇠고랑을 채우는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지적했다. 설악무산 스님은 조기대선이 예상되는 현실에 대해 “대통령이 되겠다고 떠들어대는 정치인들의 추태가 점입가경”이라며 “자기의 허물은 감추고 남의 허물은 들춰내는 것이 마치 선거 때마다 남발하는 공약 같다고 한다. 자고나면 남을 헐뜯으며 깎아내리는 종잡을 수 없는 유언비어가 나라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님은 “중생들은 남의 삶, 남의 죽음, 남의 허물을 다 보면서 정작 자기의 삶, 자기의 죽음, 자기의 허물은 못본다”며 “그래서 국민적 존경을 받던 인물도 청문회에 나가면 생매장을 당하는 꼴을 우리는 많이 봐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 허물을 보았더라면 아무리 높은 자리를 줘도 무서워서 사양했을 것인데, 자기 허물을 못 보는 이유는 다 삼독(三毒)의 불길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설악무산 스님은 “삼독의 불길을 잡은 사람은 자기 허물을 보는 사람이고, 자기 허물을 보는 사람은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사람이고, 이번에 공명정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설악무산 스님은 “사실상 지금 세계는 삼독의 불바다”라며 “모름지기 수행승은 삼독의 불길을 잡는 소방관이 되어야 그림자가 부끄럽지 않다. 우리 모두는 그림자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며 수행승들을 독려하며 해제법어를 마쳤다.
설악무산 스님은 1959년 출가해 직지사에서 성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으며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계림사, 해운사, 봉정사, 신흥사 주지 및 제8·11대 중앙종회 의원을 역임, 지난 4월 조계종 최고 품계인 ‘대종사(大宗師)’ 법계(法階)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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