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트럼프 떠보기… ICBM-핵실험 펀치 숨기고 잽 날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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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美日정상 만날때 北 존재감 과시… 중거리 발사로 추가제재 명분 안줘
16일 G20 외교장관회의 앞두고 美외교 새 진용에 ‘과제’ 던진 셈
한미일 미사일 방어 협력 가속도… 中과 사드 갈등 더 악화될수도

북한이 12일 새해 첫 미사일 도발을 통해 대남, 대미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특대형이 아니라 중급 도발로 수위를 조절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자신이 가진 패 가운데 일부만 먼저 써본 뒤 상대의 반응을 지켜보는 ‘간 보기’ 행보로 해석된다.

○ ‘어퍼컷’보다 ‘잽’으로 트럼프 간 보기

당초 군 안팎에선 북한이 핵실험이나 신형 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대북 강경 기류가 뚜렷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어퍼컷’을 날려 기선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에는 이동식 ICBM의 발사 준비 정황이 포착돼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잽’에 해당하는 중거리급 미사일을 쏘면서 정면대결을 일단 피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추가 대북제재 결의 채택 등 징계는 피하면서 존재감 과시라는 도발의 목적은 달성하는 교묘한 선택을 한 것이다.

도발 시점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달 20일 이후 23일 만에 이뤄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첫 미일 정상회담을 하는 시점에 맞춰 도발함으로써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날짜를 택했다.

16일부터 독일 본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17일부터 뮌헨안보회의도 개최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참석이 확정된 이 회의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국 안보 책임자들이 총출동한다. 특히 뮌헨회의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한반도 안보’를 주제로 한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도발로 회의의 관심은 북한에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12일은 북한이 2013년 실시한 3차 핵실험의 4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김정일의 생일(16일)을 일주일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다. 대외적으로는 북한 특유의 ‘판돈 올리기’ 협상전술을 쓰고, 대내적으로는 핵 무장력을 과시해 결속을 다지는 다중 포석인 것으로 평가된다.

○ 탄핵 국면 활용과 사드 갈등 부추기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가능성으로 혼란한 남한을 흔들고 주변국의 분열을 꾀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의 틈새를 벌리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일 정상회담 기간에 미사일 발사가 이뤄져 미일 미사일방어체계(MD) 협력이 강조될 것”이라며 “향후 미국이 한일 군사협력 강화를 요구하면 중국이 반발하면서 한중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잠복 국면에 들어가는 듯했던 한중 사드 갈등이 이번 도발로 재점화될 수 있다. 이날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 일본 6자회담 수석대표와의 통화로 북한 도발 대응 공조를 확인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의 통화는 후순위로 미룬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북한 규탄 성명에서 “정부는 우방국들과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함을 깨닫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협력이 가능한 우방국과 한목소리를 낸 뒤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끌어내겠다는 접근법으로 풀이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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