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벌어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안보 이슈가 올해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선 주자들은 안보 이슈가 지지율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앞으로 필요한 단계에 추가 도발을 하겠다는 신호탄, 예고편으로 생각한다”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군 당국도 북한이 대선 국면에서 안보 불안을 조성할 목적으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광명절이라고 부르는 김정일 생일(16일)을 전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6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이후 핵탄두가 표준화·규격화됐다고 주장한 만큼 이번에는 핵탄두 양산을 위한 추가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하루에 여러 번 핵실험을 한 뒤 핵무기 보유를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안보 이슈는 큰 선거 변수로 작용했다. 안보 이슈는 보수 표심을 결집시켜 보수 진영에 호재로 작용한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는 오히려 보수 진영이 역풍을 맞는 등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북한의 도발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찬반 이슈로 확산되는 것을 견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제 미사일 관련 입장을 말씀드렸고 사드에 대한 입장도 변동이 없다”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측 송영길 의원은 “사드 배치 찬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을 막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를 막으려면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고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 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회고록 파문으로 타격을 입은 문 전 대표 측은 북한의 도발로 안보 이슈가 대선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개성공단 재개 여부와 노무현 정부의 대북 송금 특검 수용 문제 등 과거사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전 대표의 외교 참모인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이 15일 미국에서 열리는 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 동맹 구상을 밝히겠다고 한 것도 안보 불안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보 이슈가 확산되면 야권 내에서 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견해를 밝힌 안희정 충남도지사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사드 배치와 한미 동맹을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사드 문제로) 중국을 방문했고 (야권) 대선 주자들은 수차례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했다”라며 “분명한 입장을 밝혀 주길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문 전 대표는 온통 정치, 선거에만 관심이 있는 모양”이라며 “안보는 여야가 마음을 모아서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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