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이어 또 친중파 제거… 中, 범행 배후에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정은 이복형 김정남 피살]中-日언론 주요 뉴스로 긴급보도

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는 보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2013년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대표적인 북한 내 친중파 인사였던 김정남이 북한 측의 소행에 의해 제거됐을 경우 북-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관계 냉각으로 북-중 관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속 화해 접근’ 분위기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없지 않았으나 김정남 피살 사태로 다시금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됐다.

중국 언론은 김정남 피살 소식이 전해진 뒤 신속히 관련 보도를 주시하며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왕이왕(網易網)은 한국 매체들의 보도를 인용해 암살설을 제기하면서 여자 간첩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는 말레이시아 경찰이 아직 신원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신원 불명의 북한 남성 1명이 공항에서 병원으로 이송되는 도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지금까지 베이징과 마카오에 주로 거주하면서 동남아와 유럽 등을 오가며 ‘반 망명 생활’을 해왔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김정남을 ‘북한 유사 사태’시 대체 지도자로 관리 보호하고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남이 중국이나 마카오에 있을 때는 북한이 감히 김정남의 신변에 해를 끼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피살된 지역이 비록 중국과 마카오는 아니고 말레이시아지만 김정남 피살이 북한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북-중 관계는 친중파 장성택 처형 때에 못지않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김정남이 베이징과 마카오를 오가면서 김정은 체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럼에도 김정남이 건재한 데는 ‘중국이라는 방패막’이 큰 역할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일본도 김정남 사망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망 소식이 알려진 14일 밤 일본 매체들은 한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사실관계는 아직 확인 중”이라고 단서를 다는 등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TV아사히 보도스테이션은 이 소식을 톱뉴스로 전하고 2009년 6월 마카오에서 김정남이 자사와 인터뷰한 화면을 내보냈다. 김정남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복동생 김정은에 대해 “우리는 사이가 나쁘지 않다. 정은이가 북한의 인민들을 위해 잘 해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방송은 김정남이 해외 생활 중에도 “3대 세습은 적절하지 않다”는 발언들을 해 온 것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김정남이 세상에 널리 얼굴을 알린 것은 2001년 5월 일본에 입국했다 추방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김정남은 아들 및 2명의 여성과 함께 도미니카 가짜 여권을 갖고 도쿄(東京) 나리타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적발돼 중국으로 추방됐다. 당시 그는 입국 이유에 대해 “도쿄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일본 경찰 조사 결과 김정남은 이미 수차례 일본에 입국해 도쿄에서 관광을 즐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어찌됐건 김정남은 이 일을 계기로 김정일의 눈 밖에 나 권력에서 밀려났고 마카오와 중국 등지를 떠도는 ‘비운의 황태자’로 전락하게 됐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김정남#김정일#독침#피살#말레이시아#간첩#북한#일본#중국#언론#친중파#장성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