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신군부는 민주정의당을 창당하면서 중앙당사를 짓기 위해 서울 종로구 관훈동 정일학원 자리를 매입했다. 풍수지리가들 사이에 ‘닭벼슬터’로 불리는 명당이었다.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을 배출했으나 김영삼(YS) 대통령은 1990년 3당 합당 뒤 여의도 극동 VIP빌딩으로 당사를 옮겼다. 보험협회 소유였던 관훈동 민정당사 터는 당초 부동산 거부(巨富) 이모 씨에게 팔기로 계약돼 있었지만 이종찬 당시 중앙정보부 기획조정실장이 계약권을 넘겨받았다.
▷민주화운동 시절 야당은 당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굴렀다. YS 총재 때도 통일민주당은 1985년 서울 서부역 근처 중림동의 한 건물을 김무성 당시 총무국장이 타인 명의로 계약해 간신히 당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김대중(DJ) 총재가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은 세를 낸 여의도 대하빌딩 입주 날 국가안전기획부의 훼방으로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해 직원들이 계단을 오르내리며 짐을 날라야 했다. 이듬해 마련한 평민당 마포당사는 DJ가 은행 대출 12억 원을 받고 나머지는 전국구 의원들이 댔다.
▷YS 대통령 시절 신한국당이 1997년 10월 300억 원을 들여 여의도에 신축한 중앙당사 건물은 지상 10층, 지하 6층의 호화 당사였다. 하지만 ‘대세론’을 몰고 다니던 이회창은 1997년 대선에 이어 2002년에도 패배한다. 2002년 대선 뒤 한나라당은 재벌의 정치자금을 받은 ‘차떼기 당’으로 낙인찍혀 여의도 중앙당사는 매각하고 천안연수원을 국가에 헌납해야 했다.
▷‘대세론’ 주자를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상 10층, 지하 4층 여의도 장덕빌딩을 200억 원에 매입해 13일 입주했다. 건물 매입비용의 80%를 1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은행에서 빌려 이자만 매달 5000만 원이 들어간다. 2015년 민주당은 국고보조금 177억4700만 원을 받아 인건비와 사무소 설치운영비로 대부분 썼다. 당사 구입 자금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혈세를 믿고 거창한 당사를 구입하는 배포(?)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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