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인류 최초의 살해는 카인이 아벨을 죽이는 형제살해에서 시작된다. 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에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왕권을 다투다 서로가 서로의 칼에 찔려 죽은 얘기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신화에 따르면 고대 로마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쌍둥이 형제가 건국했다. 나중에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나라를 독차지했다.
▷신화만이 아니다. 실제로도 인류의 정치사는 수많은 형제살해로 얼룩져 있다. 형제는 가까운 만큼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은 이복동생 방석과 방번을 죽이고 결국 태종이 됐다. 유학자들은 태종을 대놓고 비판하지는 못했지만 중국 당(唐) 태종 이세민을 깎아내림으로써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세민 역시 친형제 이건성과 이원길을 죽이는 현무문(玄武門)의 변(變)을 저질렀다. 광해군은 인목대비를 폐하고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귀양 보내 죽였다. 광해군의 폐모살제(廢母殺弟)는 이후 수백 년간 그의 평가를 격하시킨 결정적 명분이었다.
▷북한 김일성 세습독재에도 형제살해의 유전자가 잠재해 있다가 김정일에서는 이복동생 김평일에 대한 해외 유배라는 온건한 형태로, 김정은에서는 아주 뚜렷이 이복형 김정남 살해로 표현됐다고나 할까. 프랑스 혁명의 3대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 중 박애는 원래 ‘프라테르니테(fraternit´e)’다. 형제애로 번역해야 정확하다. 형제살해(fratricide)를 형제애, 즉 형제들 간의 권력분점으로 바꾸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고대 로마 전문가인 미국 바드 칼리지의 제임스 롬 교수는 2014년 3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북한은 기원후 65년 로마와 닮았다’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는 “김정은이 고모부이자 후원자인 장성택을 죽인 것은 로마 네로 황제가 스승이자 조언자였던 철학자 세네카를 살해한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이복형까지 살해하면서 어머니와 이복동생까지 살해한 네로를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 유사한 광기가 로마를 불 지른 것처럼 한반도를 핵으로 불 지르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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