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전달 억제’ 독극물 사용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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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뇌 기능 막아 심장 못뛰게… 극미량 흡입해도 사망 이르러”
체내 흔적 안남아 부검서도 못잡아… ‘도쿄 지하철 테러’ 사린가스 거론도

김정남이 독침이 아닌 스프레이로 분사된 독극물에 의해 피살됐다면 사린(sarin)가스 같은 맹독물이나 매우 강력한 독성의 신호전달억제물질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말했다. 이 중 신호전달억제물질은 혈액 내 다른 물질과 반응해 분해되고 체내에 남지 않아 부검으로도 사인(死因) 물질을 밝히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화학물질연구원의 황승률 박사는 “극미량의 흡입·흡수만으로 즉사하려면 혈액의 신호전달을 억제하는 방법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뇌는 혈액에 섞인 신호전달물질을 통해 심장을 뛰게끔 하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를 막아 심장마비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2012년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신호전달억제물질 사망사고의 대표적인 예다. 불소는 혈액 내 신호전달물질인 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이온과 결합해 침전물을 형성한 뒤 뇌와 심장의 신호전달을 끊는다.

북한이 독침 암살에 사용해 온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란 물질도 대표적인 신호전달억제물질. 이 물질은 청산가리에 비해 5배 이상의 맹독성이라 단 10mg만으로도 죽음에 이를 수 있다. 그러나 화학물질안전원 이진환 박사는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은 스프레이로 치사량을 분사하기는 어렵다. 피부나 호흡기를 겨냥한 스프레이를 이용했으면 훨씬 치사율이 높은 독극물이 사용됐을 수 있다”며 “스프레이를 마취나 교란용으로 사용한 뒤 독침을 썼을 수는 있다”고 추측했다.

사린가스나 청산가스도 거론된다. 사린가스는 1995년 일본의 옴진리교 교인들이 도쿄 지하철역 가스 테러에 사용한 독극물이다. 흡수하는 즉시 신경계를 마비시켜 호흡 곤란을 일으킨다. 유대인 가스실 학살에 쓰인 청산가스는 세포 내 호흡을 저해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청산가스에 의한 독살이라면 선홍색의 독특한 시반이 남기 때문에 부검 전에도 사인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기술의 발달로 일부 독극물은 체내 작용 후 분해돼 흔적조차 남지 않기 때문에 이 경우 심장마비로 처리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김정남#독살#독극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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