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의 불똥이 정치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등 안보 이슈로 옮겨 붙고 있다.
당론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해온 국민의당은 15일 당론 철회 의사를 밝혔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의당은 안보가 보수라는 것을 자처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선제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지금으로선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17일 의원총회를 거쳐 당론 변경 여부를 확정할 예정인데, 당 핵심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당론 철회를 위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의총 통과를 예상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중요한 상황 변화에 대해 입장 변화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견해를 바꿨다.
범여권은 야권의 사드 관련 입장을 비판하면서 안보 이슈 띄우기에 나섰다. 바른정당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이날 “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안보관에 깊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이들 손에 대한민국 안보를 맡겨도 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16일 예정한 노인복지 공약 발표 대신 안보 위기 긴급토론회로 일정을 바꿨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북한의 도발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확실한 대북 억제력을 갖는 일”이라며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을 마치고 조속히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국’이라는 이슈의 블랙홀 속에서 불쑥 떠오른 안보 이슈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이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북한을 강한 톤으로 비판하면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5일 전남 여수엑스포 박람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 정치적 암살이라면 있을 수 없는 아주 야만적인 일”이라며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12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도발을 계속한다면 이제는 김정은 정권의 앞날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했던 문 전 대표가 또다시 북한과 김정은을 향해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이날 “다음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기회를 주는 게 여러 가지 외교적 카드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16일엔 외교자문그룹 ‘국민아그레망’(단장 정의용 전 주제네바 대사·간사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을 발족하고, 긴급 좌담회를 개최한다.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북풍(北風)이 그를 둘러싼 ‘안보관’에 대한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한 TV 방송에서 “아주 경악할 사건”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함께 힘을 모아 내외적 불안 요소에 흔들리지 말자”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참석 전에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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