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마카오에서 만난 한 소식통은 김정남의 부인 이혜경 씨와 아들 한솔, 딸 솔희의 행방에 대해 “김정남 가족을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옮겼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마카오에서 중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아들딸 및 여성 경호원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이 13일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뒤 당국의 협조를 받아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평범한 아파트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김한솔은 아버지가 죽었는데도 시신도 보지 못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비참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씨는 중국 정부를 통해 남편의 시신을 돌려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시신 인도를 요구하고 있어 말레이시아 당국이 어디로 시신을 인도할지 현지에서도 관심이 컸다.
마카오의 한 소식통은 13일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만에 “‘조니(김정남의 영문 이름)가 죽었는데 얼굴을 확인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개혁 개방을 주장한 데다 이복동생 김정은이 집권한 뒤에는 “3대 세습에 반대한다”는 말도 해 신변 안전에 우려가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김정남 자신이나 가족이 과거나 최근에도 한국으로의 망명은 얘기한 적이 없다”며 “이한영이 한국에서 피살됐는데 한국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김솔희가 전학 와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타이파 섬 북부 마카오성공회중학 관계자는 “전학 여부 등 학생 정보를 일절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곳에 모여 있는, 마카오에서 손꼽히는 명문 국제학교다. 김솔희가 전학 오기 전 다녔던 것으로 알려진 타이파 북부의 명문 국제학교 ‘롄궈(聯國)학교’ 관계자 역시 ‘북한 지도자의 가족이 다녔느냐’는 질문에 “어떤 정보도 말해줄 수 없다”고 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정남 가족이 수년 전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곳으로, 롄궈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아파트 ‘하오팅두후이(濠庭都會·영어명 노바시티)’ 관계자도 김정남 가족의 과거 거주 여부를 묻자 다소 거칠게 취재를 거부하며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취재가 심해지면서 모두 신경질적이 된 듯했다.
2005년 북한 돈세탁 혐의로 방코델타아시아가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기 전까지 마카오는 조광무역 등 27개 북한 기업과 직원 400여 명이 사업을 벌였던 곳이다. 이들은 제재 후 중국 광둥(廣東) 주하이(珠海)로 옮겨갔지만 남은 북한인도 적지 않아 김정남의 가족은 언제든지 거처가 노출된 상태였다고 한다. 김정남은 마카오에서는 주로 경호원 없이 다녔지만 “마치 빌려온 시간에 사는 것처럼 느낀다”고 친한 친구에게 털어놨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6일 전했다. 이미 죽었을 목숨인데 덤으로 살고 있다는 뜻으로 김정남이 느낀 신변 위협이 상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999년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된 뒤 북한이 중국 땅에서 감히 테러를 저지르지는 못해 제3국(말레이시아)에서 제거한 것이라고 소식통은 관측했다.
마카오 주요 일간지 마카오일보는 16일 1면 머리기사에서 “김정남이 최근 수년간 유럽의 부동산과 골동품, 와인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1년의 3분의 1은 마카오, 나머지는 싱가포르 등 동남아와 유럽에서 활동했다”고 전했다. 유럽의 유명 와이너리를 방문하기도 했다는 것. 사업가 진모 씨는 “2월 말에도 만날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일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남이 최근 수년간 두 차례 ‘한국 여성’을 데리고 모임에 나온 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혼자 나왔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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