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암살단 뒤에 평양출신 리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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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피살’ 현장을 가다

박훈상 기자
박훈상 기자
말레이시아 경찰이 북한 평양 출신의 리영 씨(58)를 김정남 피살 사건의 배후 인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리 씨의 여권 정보를 확보해 행적을 추적하는 한편 그가 북한 정찰총국이나 국가보위성 소속인지 확인하고 있다.

17일 말레이시아 경찰 정보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은 “리 씨가 살해 용의자는 아니지만 사건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 일당 가운데 공항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북한계 남성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성 2명 등을 섭외해 다국적 청부 암살단을 조직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추적 중인 북한계 남성이 대사관 직원들과 밀접한 관계라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지 북한대사관 주변을 24시간 밀착 감시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대사관을 출입하는 인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상부에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17일 북한대사관 인근에서 만난 현지 경찰관은 수사 상황을 묻는 질문에 “함구령이 떨어졌다”며 손사래를 쳤다.

용의자 얼굴 가린채… 인적 드문 새벽 작전하듯 현장검증 17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살해 용의자 2명을 상대로 현지 경찰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베트남인 도안티흐엉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원 안)이 천으로 얼굴을 두른 채 경찰을 따라가고 있다. 공항에는 150여 명의 경찰력이 출동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사진 출처 중국보
용의자 얼굴 가린채… 인적 드문 새벽 작전하듯 현장검증 17일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살해 용의자 2명을 상대로 현지 경찰의 현장검증이 진행됐다. 베트남인 도안티흐엉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로 추정되는 여성 두 명(원 안)이 천으로 얼굴을 두른 채 경찰을 따라가고 있다. 공항에는 150여 명의 경찰력이 출동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사진 출처 중국보

현지 중국어 매체 중국보(中國報)는 한 동양인 남성이 3개월 전 베트남 여성 용의자 도안티흐엉(29)을 포섭해 베트남과 한국 등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장난 패러디 영화를 찍는다며 김정남에게 했던 암살 방식을 훈련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여성 용의자 시티 아이샤(25)도 합류했다. 경찰이 쫓고 있는 북한계 용의자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사건 이틀 전에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같은 ‘장난’을 연습시켰다는 것이다.

경찰은 체포한 여성 용의자 두 명을 상대로 이날 새벽 범행 장소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공항 승객이 드문 오전 1시 10분부터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현장검증은 무장경찰 150여 명이 삼엄한 경계를 편 가운데 진행됐다. 특히 김정남이 독액 공격을 당한 국제선 출발 카운터 인근은 사방 100m부터 접근이 일절 차단됐다. 중국보는 “여성 용의자 2명이 경찰에서 김정남에게 독액을 어떻게 분사했는지, 공항에서 어떻게 달아났는지를 빠짐없이 재현했다”고 전했다.

흐엉은 병원에서 독극물 반응 검사 등을 받았다. 현지 중국어 매체인 광화(光華)일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 시신에 (주사 자국 등) 외상은 없지만 얼굴이 불그스름해 범행에 사용된 독극물이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쿠알라룸푸르 병원에 안치된 김정남의 시신 인도 우선권을 ‘가장 가까운 친족’에게 주기로 했다고 현지 통신 베르나마가 17일 보도했다. 사실상 북한 당국이 아닌 가족에게 시신을 인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현지 경찰은 유족이 유전자(DNA)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인찬 hic@donga.com·윤완준 기자·쿠알라룸푸르=박훈상기자
#김정남#피살#암살단#평양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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