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다음 암살 타깃이 작은아버지 김평일 주체코 북한대사가 될 것이라는 국내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체코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외교 당국자는 21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 국제공항에서) 김정남 독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큰 곤욕을 치르는 것을 봤기 때문에 체코 정부가 적잖이 신경을 쓰는 모양”이라며 “공산국가였기 때문에 공안기관의 힘이 센 체코 정부는 요즘 김평일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체코 당국은 김평일이 외부 약속 등으로 외출할 때마다 관련 정보를 수집하며 주변 동향을 점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평일은 2015년 1월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직후부터 두문불출하며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당국자는 “체코에 나와 있는 해외 대사 중 김평일을 만나 본 사람을 찾기 어려운 정도”라며 “관저와 대사관만 오가며 조용히 지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과거 공산국가 동맹이던 체코와 북한은 이제 형식적인 관계만 유지하고 있을 뿐 북한 노동자나 교민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에서는 김평일의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홍콩 인터넷매체 홍콩01은 시사평론가 리유치(李幼岐)의 칼럼을 통해 “김평일의 핏줄은 북한 전통 관념의 ‘곁가지’”라며 “정실이 아닌 부인에게서 나온 김평일과 김정남은 유사한 점이 있다”며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김평일은 김일성의 후처인 김성애의 아들로 김정일과의 권력 승계 싸움에서 밀린 뒤 38년째 해외를 떠돌고 있다. 김정남의 생모 성혜림은 김정일과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았다.
한 체코 인터넷 매체는 16일 체코 내 한반도 전문가의 말을 빌려 “프라하에 있는 김평일은 망명정부를 만들 잠재력이 있으나 곧 죽음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17일 ‘북한 망명정부에 김평일 옹립의 목소리가 높다’는 내용의 전단 풍선이 북한으로 날아갔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 망명정부 구성을 준비 중인 국제탈북민연대는 김평일과 접촉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 참여한 한 인사는 “국가보위성 출신들이 김평일 주변을 집중 감시하고 있어 접촉이 쉽지 않다”며 “김평일은 가족에 대한 신변 문제를 걱정하며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평일은 현재 부인과 함께 체코에 나와 있으며, 1남 1녀가 있지만 자식이 같이 거주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외에 나와 있는 대사는 신변에 위협이 예상될 경우 해당국에 보호 요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요청도 없이 김평일의 신변을 보호할 수도 없어 체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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