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실탄 권총 차고 헌재 경호… 이정미 대행 뒷문 퇴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긴장 휩싸인 헌재]朴대통령측 막말변론에 긴장 고조
정문 앞엔 탄핵 찬반시위 기싸움
경찰, 전문 경호요원 곳곳 배치… 재판관 8명 전원 24시간 밀착보호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청사 1층에 전날까지는 보이지 않던 검은 양복 차림의 남성 4, 5명이 나타났다. 청사를 출입하는 사람들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이들의 정체는 경찰이 헌재와 헌법재판관들의 경호를 위해 배치한 전문 경호요원이었다. 경찰 경호요원들은 실탄을 장전한 총을 휴대한 채 헌재 안팎 곳곳을 지켰다.

헌재에 대한 경호가 강화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이 27일로 정해진 데다 전날 박 대통령 측의 ‘막말 변론’ 파문으로 헌재 인근의 긴장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헌재 정문 앞은 이날 탄핵 인용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외치는 구호와 이들에게 “헌재 심리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경찰의 확성기 소리로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 시위대 피해 뒷문으로 퇴근

이날 헌재는 2014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 이후 처음으로 재판관 8명 전원에 대해 24시간 근접 신변보호를 시작했다. 27일 탄핵심판 심리가 끝나면 3월 초 최종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사이에 선고를 지연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재판관들의 안전에 위해를 가하려는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찰은 재판관마다 2, 3명씩의 전문 경호 인력을 배치해 출퇴근은 물론이고 모든 동선을 밀착 보호하고 있다.

재판관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는 기우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오후 6시경 조용호 재판관을 시작으로 재판관들이 관용차를 타고 퇴근할 때, 정문 앞에서는 탄핵 찬성과 반대 시위대 양측에서 각각 수십 명이 재판관이 탄 차량을 향해 자신들의 주장을 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앞서 20일 변론기일이 끝난 뒤에는 시위대를 피해 오후 7시경 아예 뒷문으로 퇴근하기도 했다. 헌재 직원이 정문 앞 시위 상황을 보고 이 권한대행에게 “앞으로 나가기는 어렵다”며 관용차를 뒷문으로 안내했다.

○ 헌재 포위한 탄핵 찬반 ‘세 대결’

헌재 정문 앞은 탄핵 찬성, 반대 양측의 ‘기 싸움’이 한창이다. 태극기가 그려진 흰 천을 망토처럼 두르고 탄핵 반대 시위에 나선 권모 씨(60·여)는 “좌파들이 오고 있다. 태극기 챙겨서 빨리 나오라”며 지인들에게 바쁘게 전화를 돌렸다. 탄핵 찬성 시위자인 신모 씨(45)는 “박 대통령 변호인의 ‘막말 변론’을 보고 보수 측에서 과격한 사람들이 몰려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헌재와 경찰은 탄핵 찬반 시위대 사이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찬반 시위대를 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거리까지 떼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심판 종결을 앞두고 주말 집회 준비도 한창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주말 집회가 열리는 25일 오후 2시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시위참여 독려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이에 맞서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운동본부’(탄기국) 측도 주말 집회에 최대 200만 명을 모으겠다며 총동원령을 내렸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규진 기자
#헌재#박근혜#탄핵#이정미#시위대#신변보호#경호요원#실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