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한 기획설’ 내세우려 흐엉 끌어들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김정남 피살]페북 계정에 한국 친구 많아… ‘ㅋㅋㅋ’ 표현-비빔밥 사진도
“北,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위해 한국과 관계 있는 외국인 포섭”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의 과거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흐엉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에는 한국인 20여 명이 친구로 등록돼 있고(위 사진), 베트남에서 열린 아이돌 가수 선발 오디션에 흐엉으로 보이는 여성이 참가한 영상도 발견됐다. 사진 출처 더스타
김정남 암살 용의자인 베트남 국적 여성 도안티흐엉의 과거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흐엉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에는 한국인 20여 명이 친구로 등록돼 있고(위 사진), 베트남에서 열린 아이돌 가수 선발 오디션에 흐엉으로 보이는 여성이 참가한 영상도 발견됐다. 사진 출처 더스타
김정남 암살 사건에 연루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도안티흐엉(29)이 알려진 것보다 더 자주 한국을 찾았고 더 많은 한국인과 알고 지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암살 사건의 ‘남한 기획설’을 주장하기 위해 한국과 인연이 깊은 흐엉을 범행 실행자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22일 흐엉의 페이스북 계정 속 60여 명의 친구 중 3분의 1 이상이 한국인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이들 중 일부는 “흐엉을 알고 있고 베트남에서 실제 만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흐엉은 ‘오빠 난 행복해…’라는 글을 썼는데 ‘오빠’를 한국식 발음대로 ‘oppa’로 표기했다. 한국인들이 웃을 때 쓰는 ‘ㅋㅋㅋ’ 표현을 구사하고 한국 음식인 비빔밥 사진을 올리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흐엉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페이스북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흐엉이 지난해 7월 한국을 방문해 한 남성과 만난 것으로 보이는 글이 올라와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흐엉이 제주도에 3박 4일 동안 머문 사실이 공개됐다. 당시 한국인 S 씨(25)가 흐엉의 신원보증을 해주고 그가 제주도에서 머물 숙소를 제공했다. 두 사람은 2015년 겨울 베트남 현지에서 가이드 일을 할 때 알게 된 사이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암살 기획 단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이용해 보려 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한군 출신인 통일맘 김정아 대표는 “북한의 이번 암살 목표는 다른 사람도 아닌 김정은의 형 김정남”이라며 “사건이 터진 뒤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특별히 한국과 관계가 있는 외국인으로 선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미래연대 최현준 대표도 “기획 단계부터 실행자(흐엉) 체포 이후의 시나리오까지 고려한 것”이라며 “흐엉을 이용해 김정남 암살 후 자신들에게 불리해질 상황을 뒤집으려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배중 wanted@donga.com·조윤경 기자·김남준 채널A 기자
#흐엉#김정남#암살#북한#남한기획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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