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당국이 23일 김정남의 체내에서 VX라 불리는 신경작용제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VX는 인류가 만든 화학물질 중 가장 독성이 강해 유엔이 대량살상무기로 분류하고 국제사회가 생산 중단에 합의한 화학무기다. VX는 유기화학자라면 수일 내로 합성할 수 있다. 그러나 무기화는 군대 같은 조직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이번 암살이 테러단체 수준이 아니라 정권이 직접 개입한 국가적 차원의 범죄라는 증거가 나온 셈이다. 영구미제가 될 뻔했던 사건에 외교관까지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드러난 이상 북한 정권의 국가테러임이 명백해졌다. “공화국 공민의 쇼크사” “남한이 대본을 짠 음모책동”이란 황당한 공세도 설 땅을 잃게 됐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말레이시아가 공식으로 암살의 뒤에 북한이 있다고 발표하면 말레이시아 주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고 했다. 다른 나라 영토를 테러 목적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확립된 원칙이다. 1983년 아웅산 폭파 테러 때 버마(현 미얀마) 정부는 북한의 국가 승인을 취소했다. 말레이시아도 국교 단절 등 초강경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의회의 테러지원국 재지정도 시간문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3일 김정은에 대해 “매우 화가 나 있다. (만날 가능성도) 이미 늦었다”며 취임 이후 가장 강력하게 규탄했다. 중국을 향해서도 “아주 쉽게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중국이 석탄 수입을 중단한 데 대해 “줏대 없이 미국에 흔들린다”고 좌충우돌하고 있다. 북핵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잡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을 향한 실제 행동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점점 고립무원으로 빠져드는 북한이 화학무기까지 쓰는 마당에 또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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