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면 우울” TV 끈 청와대… 한숨 늘어난 朴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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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출범 4주년]탄핵심판 앞두고 적막한 靑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4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박 대통령의 탄핵 위기 속에 청와대는 정적이 흐를 뿐이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단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을 방문한다. 이 외에는 관저 앞마당에서 가끔 산책을 할 뿐 밖으로 나서는 일이 거의 없다. 변호인단 일부나 핵심 참모들을 만날 때는 낮은 테이블과 6, 7명이 앉을 수 있는 소파가 놓인 관저의 작은 응접실을 주로 이용한다. 최근 박 대통령과 대면한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은 다소 야위었지만 결코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다른 참모는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탄핵소추안까지 가결된 상황에 대해 박 대통령은 ‘꼭 뭐에 홀린 것 같다’고 말했다”며 “올해 들어 점차 안정을 찾고 담담하게 탄핵심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대화 도중 구제역 확산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같은 현안이 나오면 안타까운 듯 한숨을 쉰다고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계란값이 올랐을 때에는 “서민들이 달걀도 마음대로 못 먹어서 어떡하느냐”며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 참모는 “직무정지 상태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어 한숨을 쉬는 모습이 더 안쓰럽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여권 의원은 “정상적인 국정 운영까지 매도당한 것에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 출석해 직접 소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으나 박 대통령은 이날까지도 최종 결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비서동인 ‘위민관’도 조용했다. 청와대 직원들은 “뉴스를 보면 우울해져 TV를 끈 지 오래됐다” “사무실에서 웃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한동안 과도한 스트레스로 직원들 사이에서 대상포진이 유행했을 정도다.

대통령의 직무정지 상태에서도 청와대의 시계는 예전과 다름없이 돌아간다. 10개 수석비서관실마다 매일 오전 7시 반 또는 8시 회의를 한다. 매주 세 차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도 예전처럼 열린다. 다만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주요 회의 결과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보고한다.

청와대의 한 수석은 “탄핵심판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추진했던 정책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더욱 조급해진다. 꼬박 주 7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대선 당일까지는 현재의 수석들이 근무해야 하지만 이에 앞서 사의를 표명하겠다는 수석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청와대#박대통령#탄핵#4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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