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7일 예정된 최종 변론기일을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9일 헌재가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81일 만이다. 헌재는 그동안 3차례 준비기일과 17차례 변론기일을 열어 박 대통령 측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양측의 의견을 듣고 증인신문과 증거조사를 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49일간 7차례 변론기일을 연 것과 비교하면 재판 횟수가 3배쯤 된다. 양측이 치열하게 다투는 탄핵심판의 쟁점을 짚어 봤다.
① 박 대통령 출석 여부, 재판 일정 영향 줄까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6일 “박 대통령이 27일 최종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는다”고 헌재에 통보했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 출석해 탄핵소추 사유의 부당함을 밝히고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청와대 핵심 참모들은 관저를 찾아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을 건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헌재 불출석을 선택했다. 현직 대통령 최초로 탄핵 심판정에 선다는 부담이 큰 데다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탄핵심판의 신문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 박 대통령이 불출석하는 대신 최종 의견을 정리한 서면을 내려고 했다.
하지만 대리인단 내부에서 “박 대통령이 3월 2, 3일쯤에라도 헌재에 출석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 박 대통령의 출석 의사를 헌재가 끝까지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대리인단은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27일 오전 회의를 열어 최종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변론기일은 이날 오후 2시 열린다.
하지만 헌재가 박 대통령 출석을 위해 3월 초 기일을 추가로 잡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판부는 이미 “변론 종결 후 박 대통령 출석을 위한 추가 기일을 잡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 측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8인 재판부’가 유지되는 3월 13일 이전 선고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② ‘8인 재판관’ 선고 위헌인가
박 대통령 측은 지금의 ‘8인 재판부’가 내리는 결정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헌법은 헌재 재판관을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행정부(대통령), 사법부(대법원장), 입법부(국회)에서 각각 3명씩 뽑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 소장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 몫의 재판관 한 자리를 채워야 이 같은 삼권분립 원칙이 충족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헌재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8인 재판부’ 선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자세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관 7명 이상이면 심판정족수를 충족한다는 의미다.
헌재 판례에 따르면 ‘8인 재판부’ 선고는 합헌이다. 2011년 ‘8인 재판부’의 심리를 받게 된 한 변호사가 “재판관 9인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헌재는 5인(각하) 대 4인(위헌)으로 각하 결정했다.
③ 증인 채택 모자랐나
이번 탄핵심판에 채택된 증인 38명 가운데 26명(68%)은 박 대통령 측이 신청한 증인이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 증인은 9명, 양측이 모두 신청한 증인은 3명이다. 증인신문이 불충분했다는 박 대통령 측 주장은 이 같은 숫자만 보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 측은 헌재가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41)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구속 기소) 등의 증인 채택이 재판부에 의해 취소돼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박 대통령이 국정 농단에 책임이 있는지를 가려 줄 핵심 증인의 신문을 못 하고 재판을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 재판부는 이들의 출석기일을 2, 3차례 미루면서 증인신문을 하려고 했지만 해당 증인들이 잠적하거나(고 전 이사) 건강상 이유(김 전 실장) 등으로 불출석하자 더는 일정을 미룰 수 없다며 직권으로 증인 채택을 취소했다.
재판부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과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주요 관련자 46명의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도 논란이다. 형사소송법에 법정 증언으로 확인되지 않은 검찰 조서 등 전해진 증거는 증거 능력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전문증거(傳聞證據) 배제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다수 의견은 다르다. 형소법에서는 검찰에 비해 약자인 피고인을 보호한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증거 배제 원칙을 적용한다. 하지만 일종의 정치적 징계 재판인 탄핵심판은 대통령과 국회라는 대등한 두 주체 간 다툼이므로 달리 봐야 한다는 것이다.
④ 변호인단 총사퇴·불복 가능성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27일 최종 변론기일에서 추가 기일 지정 등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전원 사퇴하며 ‘판 깨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엔 탄핵심판 결과가 ‘박 대통령 파면’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따라서 재판부로 공이 넘어가 손쓸 도리가 거의 없어지기 전에 탄핵심판 자체를 보이콧해 헌재 결정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모두 사퇴하더라도 27일 심리를 종결하고 3월 13일 이전에 선고할 방침이다.
김평우 변호사 등 일부 대리인들은 “8인 체제로 탄핵 결정이 나오면 재심 사유가 된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헌재가 결정한다고 복종해야 되느냐”며 불복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정해진 법 절차에 따라 심리를 진행해 왔기 때문에 박 대통령 측이 불복하고 재심 주장을 펴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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