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영어 유창 北 대사의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당신을 보면 ‘잘생겼다’고 아첨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은 재임 중 누리꾼과의 대화에서 돌직구 질문을 받았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의 관점에서 신(身)에 해당하는 그의 용모가 영 아니었던 모양이다. 리 부장은 “우리 어머니는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임무는 나를 잘 꾸미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중국을 아름답다고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잘 훈련된 외교관의 기지를 보여준 현답(賢答)이다.

▷외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외교관이 호감이 가는 외모와 화술을 갖췄다면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다. 준수한 외모 덕에 중화권에선 ‘남신(男神)’으로 불리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상황에 따른 ‘표정 연기’도 능란하다. 하지만 외교관의 역량이 제아무리 출중해도 조국이 국제사회에서 당당하지 못하다면 어깨를 펴고 국익을 대변하기 어렵다. 한국도 군사독재 시절엔 민주주의 탄압, 인권 유린 등에 관해 해명하느라 곤혹스러웠다는 것이 원로 외교관들의 회고다.

▷“반기문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 같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영어로 기자회견 한 것을 두고 세간에선 이런 말들이 오간다. 경직된 외모나 억지 궤변은 꼭 북한 사람인데 영어는 뜻밖에 수준급이라는 얘기다. 북 외교관이 영어를 못하리라는 것도 편견이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에 대해 영국 가디언지는 “매력적이고 똑똑하며 흠잡을 데 없는 영어를 구사한다”고 평했다. 리용호 북 외무상도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고 한다.

▷강 대사가 “말레이시아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격렬히 반발한 것은 100% 평양의 지시라고 탈북 외교관들은 분석한다. 북에서도 TV로 지켜볼 테니 시키는 것 이상으로 과장 연기를 하는 게 차라리 안전하다. 강 대사의 휴대전화 컬러링이 ‘나를 탓하지 마세요(Don‘t blame it on me)’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영국 가수 캘빈 해리스의 노래 ‘블레임(Blame)’인 것이 눈길을 끈다. 그마저 평양의 지시는 아닐 테니….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리자오싱#반기문#태영호#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김정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